○최규병 7단 ●유창혁 9단=본선 토너먼트 제3국
기사입력 1996년 06월 25일 16시 26분
**흑85-백86 물러설 수 없는 육탄전 제 7 보
(71~87)=좌상귀에서 백의 강렬한 반격에 부딪힌 흑은 일단 뒤로 물러나 전열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흑 71.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창혁이 아니더라도 여기는 이렇게 두고 싶은 자리. 최선의 공격은 최선의 수비. 좌상귀의 백이 온전하게 삶을 챙기고 나면 오히려 좌상일대에 웅크린 흑 일단이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백은 신중한 자세로, 그러나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72, 74, 76으로 슬슬 붙여늘면서 중앙 대마의 시야를 넓혀간다. 좌상귀의 육탄전에서 `확실하게 우세를 잡았다'는 여유가 보인다. 하긴, 눈을 씻고 찾아도, 어느곳에도 흑의 집은 보이지 않는다. 중앙 백대마의 안위만 확보되면 그야말로 만사휴의(萬事休矣).
흑 77, 79. 도저히 그냥은 물러날 수 없다는 듯 좌상귀를 차단해 파상공세에 나선다. 81, 83으로 백 한점을 때려내면서 짐짓, `협상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묻지만 백은 태연하게 84로 내려서서 `그럴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침묵의 5분. 일촉즉발, 전장(戰場)의 기류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이윽고 흑 85, 백 86. 피차 물러설 수 없는 필사의 육탄전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갑자기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흑 87은 중앙으로 떨어진다. 무슨 뜻일까. 이 돌연한 방향전환은.
좌상귀에는
의 흑 1로 밀어붙여가는 강수가 있다. 섣불리 백 2로 흑 한점을 잡았다가는 흑 3, 5로 요절이 난다. 백으로서는
의 백 1이 최강의 버팀. 다음 흑 2, 4로 패인데. 흑은 왜 결행직전에 방향을 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