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성]
기사입력 1996년 06월 25일 15시 23분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는 30대 초반의 한 환자가 필자를 찾아왔다. 이 환자는 남편으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아내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이것 때문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
직장에서 밤늦게 퇴근하거나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더더욱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부부간의 대화도 줄어들고 애정도 식는 것 같아 어찌 했으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부부간의 성생활에 대해 그릇된 상식을 갖고 있다. 부부는 활발하고 환희에 찬 성생활을 꼭 해야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자신이나 주위를 살펴보라. 그렇게 열심히 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영화속이나 섹스 매니아 말고는 없다. 아내 앞에서 편하게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은 결혼생활에서 가장 소중한 믿음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동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아내를 믿고 편하고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밥먹듯이 이혼하는 일부 서양사람들은 상대를 믿지 못해 입에 `달링'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고 상대를 만족과 쾌락으로 붙들기 위해 육체적인 섹스에 온갖 신경을 쓰지만 우리는 이와 다르다. 비록 말을 안해도 서로에게 끌리는 그윽한 믿음과 육체적으로 힘을 빼지 않아도 주고 받는 정신적인 교감, 정신적인 섹스가 있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스쳐가는 말 한 마디에도, 당신을 믿고 나의 모든 것을 맡긴다는 허허로움에도, 하루 일과에 지쳐 아무 말없이 픽 쓰러져 잠드는 초라한 모습속에서도 만족스러운 정신적 오르가슴이 있다.
이것은 육체적 오르가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신뢰할 수 있다면 아무리 섹스를 안해도 둘이는 하나가 되는 충분한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