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⑭
기사입력 1996년 06월 24일 17시 05분
**사원 눈앞엔 상관옥 무덤이…
사원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모용추는 예의 명쾌한 시선으로 사원의 뒷모습을 훑어 내린다. 그녀의 시야에 가늘에 떨리고 있는
사원의 양 어깨가 들어왔다.
과연 그의 슬픔은 진실일까? 모용추는 궁금했다.
"당신은 이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렇지 않나요?"
사원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나는 술을 마시고 싶을 뿐이오."
중얼거리는 사원의 목전에는 봉분 하나가 만들어져 있었다. 상관옥의 무덤이었다.
모용추는 사원의 곁으로 다가왔다.
"일심부에는 명주가 많지만 무엇 보다도 그 술을 따르는 사람이 좋아야 술 맛도
기막힌게 아닌가요."
"난 술을 맛으로 마시지 않소."
"그럼?"
"취하기 위해 마시오."
모용추는 요염하게 미소 지었다.
간드러진 웃음.
"호호호. 그렇군요. 난 이제서야 세상 사람들이 왜 술을 그토록 퍼마시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술을 마시는 이유는 각자에 따라 다르다. 굳이 이유를 대라면 수 백, 수천 가지가 넘으리라.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순간 오로지 모용추만 모르는 것 같다.
사원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방에는 아직 화주가 두 동이 쯤 남아있소. 날 고대하며."
"이제 함께 마셔줄 상대는 없어요."
사원이 문득 물었다.
"당신은 왜 독하디 독한 화주를 방안 가득 보내 주었소?"
모용추의 표정이 굳어졌다.
"역시 당신은 지금 날 원망 하고 있군요."
사원의 취기가 감도는 눈빛에 순간 적으로 핏빛이 감돌다가 사라졌다.
"때때로. 잊지 않으면…."
모용추는 은근한 시선으로 사원을 바라본다. 그녀는 이미 사원의 의중을 완전히
궤뚫고 있는 듯 하다.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경험을 내가 알려준 겨예요.
여기 이 모용추는 상관옥 보다도 훨씬 능수능란하고 간교하며 요염하고 청순해요.
만일 당신이 나와의 동침을 진정 원하다면 반드시 각오해야 할 일이 있어요."
"난 알고 싶지 않소."
"두려운가요?"
"아니오. 지금은 술이 고프기 때문이오."
사원은 휘청이며 걸음을 옮겼다.
모용추는 잠시 그대로 서서 사원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끝내 한숨을 몰아 쉬었고 상관옥의 무덤에 시선을 던졌다.
"설마 이런 결과는 나도 예측하지 못했다. 사원, 그는 생각보다도 훨씬 피폐되어 있다."
혼란의 밤은 여명으로 끝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