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세대 미팅 영어 발음이 좌우
기사입력 1996년 06월 24일 15시 12분
**나쁠땐 "지적매력 떨어진다" 퇴짜 놓기 일쑤 "갠 안돼. `블루 벨벳' 비디오를 보는데 B와 V를 똑같이 발음하는 거 있지." "넌 그래도 낫다. 내 파트너는 F와 P도 구별이 안되나봐. future를 그냥 `퓨쳐'라고 읽더라니까." 영어발음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파트너에게 퇴짜를 맞는 시대가 왔다.
신세대 여성들 사이에 영어발음이 상대방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러한 현상은 최근 해외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이 젊은이들 사이에 필수코스로 자리잡는 등 회화실력이 전반적으로 상승추세를 보임에 따라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며칠전 소개팅을 했다는 김모양(21.S대 불문과)은 "파트너가 카페에서 콜라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콕(Coke)을 콕(cock;수탉 또는 남자의 성기) 이라고 발음해 순간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김양은 "발음이 틀리는 것은 맞춤법 틀리는 것보다 훨씬 더 꼴불견"이라면서 "차라리 콕 대신 `콜라'라고 말했다면 나쁜 인상을 갖고 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어발음을 중시하는 것은 발음이 안좋을 경우 적응력과 지적인 매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인 때문이라는 것 민병철 어학원장은 "실용영어의 생명은 발음"이라면서 "회화는 현지인의 언어를 그대로 흉내내는 것인 만큼 적응력이 처지는 사람은 발음도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발음이 나쁠 경우 회화를 아무리 잘 한다해도 해외연수나 배낭여행 한 번 못 가본 사람으로 치부돼 신세대 여성들에게는 경제적으로 풍족지 못하거나 공부와는 담을 쌓은 남자로 인식되기 쉽다. 때문에 미팅에 나서는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첫 만남때 은근히 상대방의 발음을 테스트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대학생 유모양(20.I전문대)은 "미팅후 칵테일바 같은 곳을 2차로 잡아 메뉴판을 집어주면서 파트너의 영어발음을 확인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팅전문업체 선우이벤트의 이웅진 사장(32)은 "최근들어 미팅을 의뢰하는 여성 가운데 반 이상은 이상적인 남성의 조건에 외국어실력을 꼽고 있다"면서 "미팅을 통해 결혼에 성공한 여성들의 상당수가 남자의 외국어발음에 반했다고 답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남자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