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숨겨야 산다'
기사입력 1996년 06월 23일 21시 02분
**구장 곳곳 구질분석 '스파이' 포진 **완급조절-타자 타이밍 빼앗기 묘수 골몰 `히든 카드'를 숨겨라. (33)이 은폐 작전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은폐 작전이란 어떤 공을 던지느냐를 상대방이 눈치 채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일본 에서는 투수의 평소 습관과 미세한 폼의 차이까지도 구장 곳곳에 포진한 스코어러들이 비디오와 사진 등을 동원해 관찰하고 분석한다.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폼이 약간만 달라도 얻어맞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똑같은 피칭폼으로 공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으면 굉장히 효율적이다.
의 에이스 이마나카는 빠른 직구는 143㎞대, 느린 변화구는 90㎞대로 무려 50㎞가 넘는 차이를 가진 체인지업의 1인자다. 요즘 이 고심하는 것도 이런 대목이다.
특히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으로 구사하는 반 포크볼에 대해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의 문제점은 손가락이 짧아 공을 둘째 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완전히 끼우지 못하고 살짝 비틀어 쥐는 것이다. 낙차는 큰 차이가 없지만 문제는 공을 쥐는 순간에 힘을 들여 비틀어 잡기 때문에 상대팀의 세밀한 관찰에 들키고 만다는 것. 결국 얼마나 잘 숨기느냐가 반 포크볼 승부의 관건이다.
스윙 스피드가 빠른 일본 타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속도는 느리지만 낙차 큰 변화구의 체인지업이 제격. 그런 까닭에 의 진정한 부활은 이제 얼마나 잘 숨기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