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비화] 삼각산 문수사 혜정스님
기사입력 1996년 06월 23일 21시 01분
**송영식 사무총장과 인연…산사에 열기 심어 라는 스포츠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이번처럼 종교계가 똘똘 뭉친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유치결정을 꼭 100일 앞둔 지난 2월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범종교 월드컵유치 지원단' 행사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천도교 대종교 등 7대 종교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포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종교인들이 이처럼 `신선한 화합'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종교권내 몇몇 열성 축구팬들의 힘이 컸다. 특히 산사(山寺)의 월드컵 열기는 대단했다.
서울 삼각산 문수사 주지 허혜정(許慧淨) 스님-.
그는 보이지 않는 `월드컵 홍보맨'이었다.
얼마전까지 문수사 입구에는 `제17회 월드컵 유치 기원도장'이란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이순(耳順)을 넘긴 혜정스님이 불자(佛子)들에게 월드컵 배지와 홍보전단을 나눠주는 풍경이 종종 목격됐다. 200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의 회의실과 사무총장실에 걸린 붓글씨 액자도 스님의 월드컵 유치열망이 서린 작품이다. 혜정스님이 월드컵 유치에 발벗고 나서게 된 것은 송영식(宋永植) 유치위 사무총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독실한 불자인 송총장은 작년 1월13일 트리니다드 토바고 대사에서 유치위 사무총장으로 발령을 받고 귀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식은 땀을 흘렸다고 한다. 일찍이 외교현장에서 스포츠의 힘을 체득하고 있던 그로선 월드컵이란 거대사업의 유치가 몇몇 사람의 힘으론 너무 벅찬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찾은 곳이 삼각산 문수사.
혜정스님은 송총장의 어깨에 드리워진 짐의 무게를 함께 떠받치기로 했고 이때부터 그는 불교계의 힘을 유치활동에 모아주기로 결심한다. 이후 전국 조계종 사찰에서 퍼져나온 월드컵 유치기원 목탁소리도 스님의 작품임은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