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대통령급 감독과 경호실장급 선수'
기사입력 1996년 06월 22일 15시 07분
`대통령급 감독과 경호실장급 선수.' 전주 홈경기를 마치고 지난 21일 새벽 2시 대구 원정 선수단숙소인 수성관광호텔에 도착한 감독은 한동안 열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배정받은 202호의 문을 열어보고는 내부의 으리으리함에 압도됐기 때문이다.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와 널찍한 집무실겸 회의실, 게다가 따로 아늑한 침실이 달린 방에 전망좋은 베란다까지.
좀 두껍다싶은 유리창은 알고봤더니 방탄유리였다.
옆방인 203호의 과 조원우는 아예 방배정표가 잘못된 줄 알고 호텔프런트에 전화를 걸기까지 했다.
역시 고급가구가 놓인 응접실과 2대의 TV, 싱글과 트윈침대가 놓인 침실 등 호화판.
알고봤더니 이 호텔의 로열스위트룸과 그 부속실이었다.
숙박비만 202호 감독의 방이 26만8천원, 203호는 17만원의 고가.
더구나 이 방에 얽힌 `역사'를 들은 김감독과 조원우는 잠시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했다.
202호는 고 대통령이 시찰을 올때마다 애용하던 방이었고, 203호는 차지철 경호실장이 `각하의 하명'을 듣기 위해 항시 대기하던 곳이란 것.
이들이 로열스위트룸에 묵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 관광객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선수단에 나눠줄 일반객실이 바닥났기 때문.
호텔측은 이미 쌍방울과 올시즌 숙박예약을 끝낸 터라 할 수 없이 4만4천원의 초염가에 로열스위트룸과 그 부속실을 내줬다.
김감독이야 사령탑이라 로열스위트룸을 차지했다해도 과 조원우는 어떻게 호화판 부속실에서 묵게 되는 영광을 누렸을까.
선수단 명단을 받은 호텔측이 무작위로 방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남은 과 조원우에게 부속실을 내줬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