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통신] 머리깎고 심기일전'다시 시작하겠다'
기사입력 1996년 06월 21일 17시 19분
가위하면 한국에서는 엿장수가 먼저 생각날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이발사 얘기다.
나는 20일 비로 인해 거인전이 취소되자 이발을 했다.
나고야 시내 중심가인 니시키에 있는 `사카모토'라는 이발소로, 팀동료인 투수 이마나카가 소개해준 곳이다.
한국에서도 이발소에서 머리카락을 다듬었고 왠지 쑥스러워 미용실은 한번도 찾은 적이 없었다.
이 이발소는 꽤나 유명한 모양으로 다쓰나미 야노 등 다른 선수들도 찾는데 사카모토씨는 미용학원에서 강의도 해 선생님이라고
불린다.
80년대 의 요코즈나였던 기요노 후지가 은퇴할 때 단발식을 했는데 이 선생님이 머리카락을 잘라 하여튼 나고야 시내
이발사 가운데서는 가장 유명한 모양이다.
나는 이발을 하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보통 2시간 가까이 소모된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면도나 마사지, 손톱 소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이발방법은 보통 4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머리카락을 자른다.
아무래도 매일 운동과 경기로 땀범벅이 되는 만큼 스포츠형으로 뒷머리와 옆머리는 짧게 쳐버린다.
이번에는 여름철이라서 더욱 짧게 잘랐다.
그리고는 염색을 한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나는 흰머리가 많다.
야구선수들 가운데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지, 마운드에서 외로운 승부를 거는 고독감이 원인인지 투수들이 흰머리가 많다.
해태서도 송유석 등이 모두 나와 같은 `백두(白頭)파'여서 단체로 염색을 하러 가기도 했다.
염색이 끝나면 머리를 감겨주고, 마무리로는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한올한올 정성들여 펴준다.
아침에 일어나거나 훈련후 머리를 감고 빗질만 하면 눌렸던 머리가 절로 일어서니 관리하기가 세상 편하다.
솜씨도 좋거니와 2시간 동안 머리카락을 손질하고도 3천엔(약 2만2천원)만 받으니 일석이조다.
일반인들은 보통 1만엔(약 7만5천원)을 받지만 주니치 선수들에게는 대폭 할인이다.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고 지내는 시간이 태반이어서 사복을 입고 있을 때라도 멋지게 보이고 싶은 것이 스포츠선수들의
마음이다.
또 팬들을 위해서라도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을 지켜야 한다.
머리카락을 짧게 깎고 나니 마음도 한결 개운해 삿포로 야쿠르트전부터 다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성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