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박재홍 부친의 VIP 사양
기사입력 1996년 06월 21일 16시 45분
○… 야구 잘하는 아들을 둔 박윤영씨(59)는 인천구장 최고의 `VIP'다.
박씨는 다름아닌 의 아버지.
지난 18일 올시즌 처음으로 인천구장을 찾은 박씨는 구단의 대우에 놀라고 말았다.
왼쪽발목이 부어오른 에게 보약도 전해주고 경기도 지켜볼 겸 살짝 인천구장에 들렀지만 용케
알아본 구단직원들이 그냥 둘 리 만무했다.
특히 현대 강명구사장은 박씨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연신하곤 "숙소를 조치해 드리겠다"며
귀빈석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순간 박씨의 가슴이 아릿한 것은 고향 광주가 떠오른 까닭.
`광주를 버린 배신자'로 낙인찍힌 은 지난달 10일 광주 해태전에서 관중들이 던진 깡통에
얻어맞고 교체될 정도였다.
광주구장 한편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그래서 박씨는 광주구장을 찾을때면 누구 눈에도 안 띄게 관중석 한쪽에 묻혀 버린다.
해태에서 현대로 트레이드 된 데에는 나름대로 할 말이 있지만 해태팬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모두
설명해줄 수는 없는 까닭이다.
어쨌거나 박씨는 인천에서도 VIP임을 `포기'했다.
구단에서는 귀빈석을 내주고 일류호텔까지 마련했지만 박씨는 굳이 관중석을 고집한 뒤 인근 호텔로
살짝 발걸음을 돌렸다.
이번에는 17타수 무안타 행진을 거듭하는 아들 의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