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성]정자의 여정
기사입력 1996년 06월 21일 14시 50분
한 인간의 탄생은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정자의 고향은 남성 음낭속의 매끄러운 담장으로 둘러싸인 둥그런 하얀집이고, 난자의 고향은 여성의 복막속 자궁의 양쪽에 다소곳이 숨어있는 노란집이다.
고환과 난소, 양쪽 집안에서 조그만 씨로 출발하여 성숙해진 정자와 난자는 언젠가는 이루어질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다 사라지고 또 기다리다 사라져 간다.
그럼 정자가 우주선의 도킹처럼 신기하게 난자와 결합하는 만남의 장소까지 여행하는 일정을 살펴보자.
고환에서 정자의 원조인 정조세포가 제 모양을 갖춘 정자가 되는데 약 74일 걸린다. 고환의 곳곳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수많은 관을 거쳐 부고환의 머리부분에 모이는데 고환속의 정세관을 모두 합한 길이는 무려 250m 이다.
다음엔 정자가 더욱 성숙하고 수정능력을 가지기 위해 6~7m 의 험난한 코스가 등장한다. 바로 부고환의 꼬불꼬불한 관인데 이 곳을 한달내에 통과하며 혼자 힘으로도 헤엄쳐나갈 힘이 길러지는 것이다.
멀고 먼 협곡을 지난 다음의 여행지는 정관. 실하나가 통과할 정도로 터널이 좁아 정관복원수술을 하는 비뇨기과 의사에게는 답답하지만 정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와 마찬가지여서 가볍게 30㎝를 통과한 후 임시창고에 저장된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사정을 하게 되면 정자가 난자를 만나러 가는 다음 여행코스는 환상적이다. 사정관 약 2㎝를 지나 전립선 요도로 사출되어 막양부 요도와 음경 요도로 순식간에 나오는데 그 길이가 약 18㎝이다.
여성의 몸속으로 내던져진 정자는 쉼없이 춤을 추며 앞으로 나아간다. 자궁까지의 거리가 8㎝, 여기서 난자가 기다리는 나팔관까지의 거리가 10㎝이므로 여성의 생식기관에서 정자가 여행하는 코스 또한 약 18㎝이며 소요시간은 약 70분이다.
이토록 멀고도 험한 여행을 하여 지칠 법도 하지만 용감한 정자는 난자의 문을 힘차게 두드린다.
임일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