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비화] 공동개최 산파역들(하)
기사입력 1996년 06월 20일 17시 33분
**아벨란제 목조른 '한국통 언론인' **'더 타임스' 전문기자 뮐러 데이비드 뮐러기자(61)가 () 집행위원회가 열리기 전날인 5월30일 스위스 로잔에서 있었던 아벨란제-사마란치-카르도소(대통령) 3자회동 사실을 한국측에 귀조해준 것은 6월1일 아침 취리히 사보이호텔에서였다. 유치위 관계자들과 함께 커피 에 앉아있던 뮐러씨를 중남미 출신의 모 집행위원이 따로 불러내 회동사실을 넌지시 알려준 것. 매스컴과 집행위원들의 접촉이 일절금지됐던 당시 상황에서 집행위원들이 먼저 다가와 아는 체를 할만큼 뮐러씨의 지명도는 대단했다. 그런데 `더 타임스'에는 유치위가 심혈을 기울인 또한명의 언론인이 있었다. 축구담당 데스크인 롭 휴즈씨(51)가 그다. 데이비드 뭘러와 롭 휴즈는 한국에 호의적이라는 점에선 일치했지만 둘 사이엔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흐르고 있었다. 뭘러씨가 스포츠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진 `로비스트'라면 롭 휴즈씨는 예리한 필봉으로 축구에 관한 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전문기자'. 따라서 둘의 예우 문제도 유치위로선 보통일이 아니었다.
집행위원회 며칠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통해 아벨란제에게 결정타를 먹였던 롭 휴즈는 지난 4월2일 유치위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유치위는 롭 휴즈가 대통령과 조깅을 함께 하도록 주선하는 등 극진하게 예우했다. 그는 지난 3월 김대통령의 유럽순방중에도 김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데이빗 뮐러씨는 지난 4월30일 예고도 없이 서울에 왔다.
자유분방한 그의 스타일로 보아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유치위는 당황했다.
유치위는 경황중에도 그에게 롭 휴즈에 버금가는 예우를 해야한다고 판단, 측에 김대통령의 스케줄을 문의했으나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다급해진 유치위는 아쉬운대로(?) 총리실에 긴급 연락, 다른 스케줄이 있던 총리로부터 "만나겠다"는 반가운 대답을 들었다. 5월2일 총리와의 오찬에서 뮐러씨는 공동개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총리가 이튿날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금요조찬대화' 석상에서 회동과 무관하지 않다.
롭 휴즈 역시 아벨란제의 목을 조르면서도 그 일관된 논조는 `공동개최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었다. 여하튼 이총리의 발언은 `저자세'라는 여론 속에 가 해명에 나서는 소동까지 불렀지만 유럽축구연맹()이 공동개최를 결의하는데 힘이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