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의 미국야구] 미국인 관전매너
기사입력 1996년 06월 20일 17시 24분
**인내심의 배우자 미국인들은 를 `National Pastime'이라고 부른다. 굳이 번역하자면 `국민적인 오락' 혹은 `놀기' 정도로 풀이할수 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야구장으로 놀러오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개 가족단위, 할머니와 손자, 때로는 친구들이 모여서 야구장을 찾는데 일상생활의 피로를 야구장에서 마음껏 발산하겠다는 관전 태도가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이들의 참을성과 질서 의식.
의 어떤 구장이든 3만명 이상이 입장할수 있는 규모이며 음식물, 기념품 판매대가 곳곳에 마련돼 있고, 화장실도 충분히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으니 어느 곳이나 붐빈다.
미국인들이 어려서부터 몸에 익힌 줄서기는 그러나 혼잡을 용납하지 않는다.
음식이나 음료수 맥주를 파는 곳에서는 판매대가 줄지어 있기 때문에 각 판매대마다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 화장실의 경우는 사람이 붐비면 우리와 달리 아예 문밖에서부터 하나의 줄을 만들어 한명이 나오면 한명이 들어가는 식으로 질서를 지킨다. 맥주를 파는 것도 인상적이다.
한 사람이 한번에 살수 있는 맥주의 양은 종이컵 두개.
물론 21세가 넘었다는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7회가 넘으면 맥주 판매는 금지된다.
이들의 참을성이 가장 돋보이는 때는 비오는 날.
경기전 비가 내리면 관중수가 줄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열성적인 팬들은 1만~2만 명씩 야구장을 찾는다. 지난 4월23일 애틀랜타에서 가 선발등판한 날에는 계속 비가 왔는데도 3만475명이나 경기장을 찾았다. 시작이 47분 지연됐지만 관중들은 운동장에 대형 비닐을 깔고 비를 막는 관리인들에게 기립박수를 쳐대며 즐겁게 경기개시를 기다렸다. 그리고 2회를 채 끝내지 못하고 다시 경기가 1시간25분이나 지연됐으나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그리고 일부는 좍좍 내리는 비를 그냥 맞으며 경기 속개를 기다렸다. 결국 3만 관중들은 2시간 58분의 경기를 보기 위해 6시간 정도를 운동장에서 보낸 셈. 규정에는 일단 경기가 시작된 후 악천후로 중단되면 최소 2시간15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참 대단한 참을성이다.
줄서고 기다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소리치고 파도 타기 박수를 치고 성원을 보내면서 이네들은 야구장의 열기속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