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보]○최규병7단●유창혁9단 본선 토너먼트제3국
기사입력 1996년 06월 20일 15시 40분
##제 2 보 (2~19) = 대국개시 전 이런 저런 화제로 대국장에 웃음꽃이 핀다. 이럴때는 꼭 우애 좋은 형제간 같다. 그러나 잠시후 돌을 가리고 목례를 거쳐 자세를 고쳐 앉으니 금세 대국장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는다. 우상귀 흑의 외목에 백의 대응방향은 보통 두곳을 예상할 수 있다. 첫째는 좌상귀로 받아주는 온건한 착수. 두번째는 대칭점 좌하귀로 손을 뻗치는 기세의 착수인데. 좌상귀 흑의 외목을 힐끗, 쳐다본 최 7단은 첫수부터 4분가까이 뜸을 들이더니 불쑥, 상대의 앙가슴을 찌르듯 우하귀에 돌을 놓는다. 어느곳에 놓든 대국 당사자의 자유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구태어 비어있는 좌반부의 두 귀를 버려두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상대의 지근거리를 파고드는 착수는 드물다. 흑 3은 노타임. 유창혁이 아니더라도 이런 장면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프로는 없다.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챙그랑, 칼과 칼의 금속성을 울린다. 두 기사 모두 호전적인 기풍의 소유자. 좌하귀를 비워둔 채 우상귀에서 한바탕 드잡이질이 펼쳐진다. 수순중 백 10으로 14의 곳 한칸, 또는 `가'의 곳 날일자로 씌워가는 수도 있다. 흑 13은 어떨지. 부분적으로 그냥 `나'의 곳으로 두는 게 좋다. 일단, 상대방을 나아갈 방향으로 밀어주었다는 게 탐탁지 않고 백 14로 뻗뻗하게 늘어서서 오른쪽 흑 두점을 노려보는 자세가 되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백 18 다음 흑의 응수는 `다' 또는 `라'인데 당장 결정짓지 않는 것은 차후 국면의 추이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흑 `다'즉, 흑 1이면 이하 백 10까지가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