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 1937] 남경대학살 그린 영화
기사입력 1996년 06월 20일 14시 38분
##중국 오자우 감옥... 제국주의 잔혹성 고발 ##피난 떠난 의사가족 통해 비극적 사랑 묘사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남경대학살을 소재로 한 중국영화가 국내에 공개된다. 제명은 `남경 1937'(원제 `Don't Cry Nanking).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 학살, 원자폭탄 투하 등과 더불어 2차세계대전의 3대 비극중 하나로 꼽혀온 남경대학살은 1937년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에 의해 저질러진 비인륜적 만행.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남경을 함락한 일본군들이 광분, 6주간에 걸쳐 무려 30만명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했던 비극적인 역사의 기록이다. 영화 `남경 1937'은 바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것은 물론, 다큐멘터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접목시켜 역사의 비극성을 한층 더한 점이 특징.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다큐멘터리적인 역사의 접근을 시도하면서도 파시즘의 잔학성과 무모한 폭력을 고발하는 방편으로서의 드라마가 강렬한 터치로 그려져 있다. 외형적인 드라마는 중국의 침략을 피해 남경으로 피신하는 한 가족을 등장시켜 끌어나간다. 일본인 아내(조을여애)와 재혼한 중국인 의사(진한), 그리고 이들의 딸과 아들 등 4명의 가족이 주인공. 그러나 이들 가족의 드라마를 떠받치는 것은 1937년 당시 남경의 `상상하기도 끔찍한' 폭력의 묘사. 식량이 아깝다면서 중국군 포로 20만명을 커다란 웅덩이을 파고 살해한 뒤 매장시키거나 국제법상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까지 침범해 어린 소녀부터 임산부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강간과 폭력을 자행하고, 또는 시끄럽게 운다면서 어린 아이에게 수류탄을 터뜨리는 등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즐비하다. 중국의 5세대 감독을 대표하는 오자우 감독이 "서사적인 느낌이 배어있는 비극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지만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충격적인 다큐드라마의 형태로 관객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