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14)
기사입력 1996년 06월 18일 14시 09분
//// 담배를 피우는 여자(1) ///. 그녀는 형의 애인이었고 형은 나의 우상이었다. 여덟살 차이인 형은내가 국민학교때 이미 대학에서 산악부원으로 날리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건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즈음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였는데 그날은 형의 생일이었다. 형은 대학졸업 무렵 `네 형수 될 여자를 보여 주겠노라'며 날 끌고 갔었다. "난 대학을 졸업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산악부를 졸업했구나하는 생각이란 말야". 그렇게 얘기하는 형은 대학산악부의 캡틴을 거쳐 이미 졸업즈음엔 히말라야에 대한 계획을 끝내고 있었다. 산악반의 여자후배였던 그녀는 산사나이인 형에게 흠뻑 빠져 행복해보였다. 형이 얘기 할 때마다 조용한 웃음뿐 거의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여자였다. 난 그날 스테이크를 얻어 먹으며 형이 이 세상에서 제일 성공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저렇게 무지무지 예쁜 여자랑 학교도 안가고 매일 만나서 뭐든지 먹고 떨들 수 있으며 아아... 형은 등반에 성공했다. 쾌거였다. 그리고 그 기쁨이 식기도 전에 하산 중에 죽었다. 드라마틱한 죽음이었다. 불같이 저지르다 갔다. 일반인에겐 산 사나이다운 죽음이었지만 남은 애인에게는 그런 고통이 있을 수 없는 처참한 비극. 형이 죽은지 몇년이 흐른 뒤 난 대학엘 들어갔다. 대학 합격을 알았을때 처음으로 전화를 건 곳은 형의 그녀에게였다. "대학이 저를 원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녀는 형의 죽음 후에도 가끔씩 집엘 놀러왔었다.
결혼 준비를 하던 중에 사고가 있었던 만큼 집안에선 식구처럼 그녀를 대했다. 합격 축하한다고 저녁을 사겠다는 그녀를 만나던 날 나의 맘속엔 이상한 불길이 솟았다.
저 여자를 다른 집안에 빼앗길 순 없다.
나보다6살이나 위인 그녀와 맺어질 것을 꿈꾸었던 것이다. 평범한 중류가정의 막내인 나는 나 이외에 어디에서든지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려면 내 자신이 벌어서 먹고살아야 한다. 양쪽 집안의 반대가 분명할 나의 결혼에 축복 있으려면 내 손에 돈을쥐는 수밖에 없다.
4년간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아르바이트를경험했다. 과외교사나 학교앞 카페에서 서빙같은 그런 일만이 아니다. 주유소,식당주방보조, 방문판매, 호텔보이 같은 일부터 시작해 타는 것에 익순한나는 방학동안 오토바이 퀵서비스, 밤트럭 운전같은 것 등 닥치는 대로뭐든지 해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슬픈 일이었지만 그녀를 생각하며 즐거운 일이기도했다. 그런 일들로 하루 하루를 보내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형의죽음이 남긴 사랑에 관한 나의 알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