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대포 기름칠...해태전 풀스윙
기사입력 1996년 06월 17일 16시 53분
"놀만큼 놀았죠. 이젠 벌때도 됐잖아요."
이솝우화에 나오는 베짱이는 자기 바이올린 실력만 믿고 한여름 빈둥대다가 겨울에 된서리를 맞았다.
현대 (23)도 그 이야기를 잘 알고있다.
시즌초 반짝 실력으로 타격 전부문을 휩쓸었지만 어차피 한바탕 시련을 겪어야 했었다는 것.
18일 인천 해태전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방망이를 정조준했다.
지난 한주내내 은 `혹한'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9일 전주 쌍방울과의 더블헤더를 치르며 `하루 3홈런'으로 폭발한 뒤 1주일째 부진.
주간타격 성적은 18타수 2안타(타율 1할1푼1리), 3타점에다 삼진 7개로 하루아침에 물방망이로 둔갑했다.
거침없는 질주에 이처럼 제동을 걸었던 장애물은 1주일이 넘도록 안 떨어졌던 감기 몸살과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
몸살기운이 사라짐과 동시에 은 잊고있던 사실에 새삼 눈 떴다.
"타격은 투수와 나의 끊임없는 두뇌싸움이다. 잠시라도 느슨한 마음을 먹는다면 이길수가 없다."
독한 마음먹고 상대할 해태는 이 넘어야 할 또하나의 산.
18홈런 가운데 해태투수들로부터 쳐낸 것은 하나도 없다.
해태투수들도 "미운 놈에게 떡까지 하나 더 줄 생각은 없다"며 연고지를 버리고 인천으로 건너간 에게
`감정'까지 실어 던지고 있기 때문.
개미가 되느냐, 베짱이가 되느냐.
이솝우화가 해피 엔딩으로 끝날지 비참한 결과로 막을 내릴지는 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