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 4단 ●강 훈 8단=본선 토너먼트 제2국
기사입력 1996년 06월 17일 16시 27분
**백 98 승리 확정지은 한수 제10보(89~106)=백 90은 이 대국을 통틀어 두번째로 긴 숙고. 14분 43초. 중반에 다가갈수록 조심스러워지는 백의 손놀림에서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엿보인다. 흑쪽에 일체의 빌미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백 94에서 다시 7분 38초 우상귀 흑 93, 95에 백 96으로 단수쳐두고 기민하게 우하변쪽으로 날아간 백 98이 흑의 추격의지에 쐐기를 박으며 승리를 확정지은 한수였다.
거머리처럼 들러붙은 이 한점을 떼어낼 방도는 없다. 12분간땀을 흘리며 흑 99, 101 최강으로 버텨보았지만 백 102로 맞끊어 오니 응수가 곤란하다.
흑 1로 백 두점의 공배를 좁혀놓고 흑 3으로 단수쳐 빠져나오려 해도 백 A, B가 맞보기. 오히려 흑 두점이 달아날 수 없다.
사실, 우변 흑 두점은 이제 `생불여사'. 살아죽은 것만 못하다. 104, 106으로 우하귀마저 도려내 사는 형태를 갖춰서는 `승부 끝'이다.
눈에 띄는 흑집이라고는 우상귀 20집 정도.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조각집을 모두 합쳐봐야 30집을 넘지 못한다. 반면으로도 백이 10여집 이상을 앞서고 있는 것이다. 던질 곳을 찾는 것일까. 좀처럼 흑의 다음 수가 놓이지 않는다. 5분, 10분…20분…. 강 8단은 남아 있는 제한시간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 승부처도 승부수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 긴 침묵은 스스로 패배를 납득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결국, 23분 4초 뒤 흑 `가'로 움직여나갔지만 그것은 승부의 절박한 시도가 아니라 돌을 던질 투료(投了)의 의례였던 것 같다. 이후 148수까지 이어진 수순은 총보로 미룬다.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