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12)
기사입력 1996년 06월 15일 13시 45분
======== 보디가드 (5) =========. 혜령의 납치사고는 본인뿐만 아니라 촬영 스태프들에게도 대충격이었다. 그녀가 안정이 될때까지 영화작업은 중단됐다. 자연히 보디가드역할은 호텔내로 한정됐다. 대왕은 호텔로비 구석에 앉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혹시나 납치에 실패해서 저 세상으로 간 놈들의 다른 패거리가 복수할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런 경우 거의 복수하고 자시고 할 확률은 없다고 본다. 혜령이 사람도 아닐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원수질 일도 없는 상태서 일어난 사건인거다. 이 사건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녀석들은 중국본토에서 밀입국한 패거리였다.
경찰에 의하면 이제 1년후 중국 본토에 귀환될 이 땅에서 이런류의 납치사고가 비일비재하단다. 빨리 한탕해서 제3국으로 떠버리는 수법이다. 내년 중국땅에 귀환될땐 무서운 인민군대가 몰려오기 때문에 엄두도 못내는 일이다. 본토에서 밀입국한 놈들을 때려잡는 피의 행사로 이곳에 거주하는 본토출신들을 죽일 것이다. 납치 사건은 그런대로 처리했지만 대왕은 괴로웠다. 미리 막지 못해 의뢰인이 지금처럼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거다. 자신의 책임이다. 그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디에서 내가 실수를 했을까? 나름대로는 완벽하게 처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스튜디오에서혜령에게 온 중국남자는 아주 공손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중에 혜령에게 총도 겨누며 대왕과 대치하다 시체로 변해버린 그 놈이다. 그 녀석은 허리에 와이어리스 무선기를 차고 이번 영화 시나리오까지 들고 있었단다. 분장실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나오던 그녀는 당연히 스태프라 생각하며따라 갔을 것이다. 아는 사람이 찾아왔다고 영어로 친절하게 말하며 촬영장소 반대통로로 데리고 간 것이다. 외국인데다 영어가 딸리니깐 자연히 약해져서 따라갈 수밖에. 조금 으슥하다고 그녀가 느꼈을 땐 이미 끝인거다. 입이 테이프로 봉해지고 끌려가서 봉고차에 처박힌거다. 결국 대왕의 실수는 애초부터 꺼림칙했던 점에서 터졌다. 의뢰인이 여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허점. 여자화장실 여자사우나 같은 여자전용 장소들은 경호하기가 어렵다. 요번 경우는 여자분장실이기 때문에 따라갈 수없었던 케이스라 결국 여자의뢰인은 여자 보디가드가 붙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다. 대왕이 우울하게 한숨을 푸욱 쉰뒤 로비에 그녀가 나타났다. "내가 봉고차에 잡혀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요? 이럴 땐 틀림없이 남자주인공이 날 구출하러 오게 돼있다고 믿은 거예요. 그런데 유덕화나 양조위가 아니고 최대왕이 나타난 거예요". 그녀가 빵긋 웃는다. 며칠전 사고 직후의 어두운 그림자는 많이 사라져 있다. "그 놈들 말이에요. 날 감금하고 기대를 했겠죠? 만약에 돈을 받았으면 그놈들이 날 놓아주었을 것 같아요?". 대왕은 고개를 저었다. "증거인멸을 위해 아마도...
앞바다나 어디에 영원히...". 고기밥이 됐을거란 말을 최대한 부드럽게 했는데 그녀는 의외의 밝은음성으로 소리쳤다. "가요! 우리 바다를 보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