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통신] 일본의 구장관리 본받아야
기사입력 1996년 06월 14일 16시 42분
나고야는 지금 장마철이다.
한국도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것이다.
비는 야구팬이나 선수에게 별로 반갑지 않다.
지난 92년 오른쪽 어깨부상을 당할 때도 비를 맞으며 잠실 OB전에서 완봉승한 것이 시초였다.
일본은 웬만큼 비가 와도 경기를 한다.
운동장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
의 홈인 나고야 구장은 자체가 하나의 주식회사다.
를 비롯해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의 기업들이 주주로 이익배당을 받고, 시에는 세금을 낸다.
그라운드 정비에 35년을 바친 나가다씨는 주식회사 나고야 구장 구장부 그라운드과 부부장대우 과장이다.
나는 처음 이 사람이 지난 91년 한-일 슈퍼게임때 배팅볼을 던져주던 의 선수인 줄 알았다.
콧수염을 기른 모습이 사뭇 닮았기 때문이다.
나가다 과장이 일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정성스러울 수가 없다.
나고야 구장의 흙은 기후에서 가져다 까는데 흑토에다 강모래를 섞어 만든다고 한다.
해마다 시즌 오픈전에 전문회사에 의뢰해 흙을 새로 들여와 보토공사를 하는 데 흙자체가 비에 강하단다.
또 하나의 비법은 비가 온다는 예보만 있어도 40여명의 전 직원이 모두 출동해 홈플레이트부터 외야펜스까지 그라운드 전부를 비닐천막으로 덮어 버리는 것이다.
나고야에는 지난 8일 오후부터 비가 내려 거인전을 우중전으로 치렀고, 9일은 경기가 취소된 뒤 11일 아침까지 3일간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그래도 11일 아침에 비가 개자 오후부터는 운동장이 보송보송해 경기에 지장이 없었다.
관중들도 웬만한 비에는 경기를 하는 줄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장을 찾는다.
이거야말로 최고의 팬 서비스가 아닌가.
작년에 비가 내리는 잠실구장에 더블헤더를 하기 위해 나갔다가 1차전만 취소돼 2차전 개시시간인 오후 5시까지 계속 대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야구장에 있는 소방서에서 짬뽕을 시켜다 먹으며 시간을 보냈지만 모두 불만이 대단했다.
비가 올듯하면 마운드와 타석만 덮을 것이 아니라 그라운드 전체에 비닐 커버를 씌워보면 어떨까.
한국은 구장이 모두 국가 또는 시의 재산이어서 이렇듯 세심한 관리는 하기 어렵지만 비가 그치면 막바로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더블헤더가 있는 한국은 경기를 1게임씩 제때 치르면 선수들도 피곤하지 않아 좋고, 구단도 입장수입이 많아 좋고, 팬도 야구장을 찾을 수 있어 좋고, 일석삼조일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