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세상] 거짓 해외체험기에 골탕먹은 신문
기사입력 1996년 06월 14일 15시 24분
어느 나라건 `돈'과 `체면'이라는 것이 있는 이상, 쉽게 돈벌고 싶어하는 사기꾼이 있게 마련이다. 유럽의 사기꾼들도 그렇지만 미국의 사기꾼들은 조직적이고 성공률도 높다고 한다. 그러니 `스팅'이라는 영화가 나올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기사건이라면 피라미드형 사기극 정도다. 배당을 많이 준다는 단순한 속임수에 "이것밖에 없소" 하고 갖다 바치니 단순해도 너무 단순한 사기 사건이다. 일본에서 큰 신문사까지 깜쪽같이 속은 일이 있었다. 1984년 `데처의 분투기'라는 제목의 책이 발간됐었다. 이책은 아사이(淺井)라는 필명으로 에 연재되기도 해 구독자들로부터도 큰 반응을 얻었던 동북 대학생의 체험기였다. 내용을 보면 해외근무하는 아버지따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 2학년까지 8년간을 독일을 비롯해 8개국을 다닌 다큐멘터리였다. 더구나 본국에 돌아와서 차별대우 받은 것이나 보호관찰을 받은 일 그리고 고등학교는 귀국자녀에 대한 특별대우로 독일어에 능해 일류 대학인 동북 대학에 들어간 일까지 자세히 체험담이 기술돼 있었다. 당시 귀국 자녀들에 대한 세간의 여론도 있던 때라 반응이 컸다. 그런데 이책이 발행된 후 얼마 안있어 한사람으로부터 매일신문사에 전화가 걸려왔다. "그 애가 외국에 다녀왔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애는 지금까지 여기 사이다마현에서 살았습니다. 외국이라니요" 이런 전화에 처음에는 정신나간 사람의 전화로 여겼다. 현지생활을 해보지 않고는 묘사하지 못할 부분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제보자의 말이 너무도 진지해 철저히 조사해보니 진짜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다. 은 당황하고 말았다. 하면 오래전부터 알아주는 신문이다. 그런 신문이 한 학생에게 철저히 속았다니. 또 전국의 독자까지 속아 편지까지 보내왔으니 얼마나 우스운 꼴이었겠는가. 사기꾼의 특징은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어서, 보통 사람들은 속수무책 당하고 만다. 상대의 말이 너무도 쉽다 싶으면 일단은 의심하는 것이 속지않는 방법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