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송우혜 장편소설‘하얀새’
기사입력 1996년 06월 12일 16시 32분
##역사속에 그늘진 여인의 삶 송우혜의 장편소설-`하얀새'(푸른숲 간). 병자호란. 17세기 조선땅. 당시의 여인들은 네칸 방에 갇혀 살았다. 호란으로 청나라 심양에 포로로 끌려간 주인공-승효. 아름다운 여인. 사대부 가문의 며느리이자 아내.
낯선 타국. 뼈저린 고독과 설움. 우여곡절 끝에,사대부의 귀중한 씨앗-아들을 낳는다.
심양성 남문밖. 조선인 포로속환 시장. 엄청난 속환금을 내면 풀어 준다. 환향(還鄕)할 수 있는 것이다.
환향의 그날은 언젠가? 드디어 시댁에선 종놈을 보냈다. 아들의 속환금만 쥔채. 시댁에서 원한 건 아들,아들만이었다.
승효는 낯빛이 시퍼렇게 질렸다. `아,이제 나를 더러운 여자라고 내치는 것이구나!'
승효는 그럼에도 환향한다.
홍제천에서 목욕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그러면 포로로 끌려 갔던 것은 없던 일로 한다는 거였다.
실절(失節)한 적도 없었지만 이를 갈며 이에 응한다.
"되땅(胡地)에,오랑캐에게 끌려간 여인이 왜,자결하지 않느냐는 게 당시 정서였다. 특히나 체통을 따지는 사대부 집안에선... 끌려 갔다는 자체만으로 실절한 것으로 쳤다. 가문의 치욕이라는 거다. 환향녀(還鄕女)는 곧 화냥년인가? 목욕을 하면 눈감아 주겠다,화해하겠다,이 무슨 논리인가?" 송우혜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높아 진다. "그건 내겐,쇼크였다. 쇼크는 소설이 됐다."
`목욕한 승효'에겐 그러나 시댁의 냉대는 여전했다.
가녀린 여인-승효는 화해가 지닌 모순과 불완전성에 강력하게 반발한다. "사회제도와 의식이 한여인을 어떻게 속박했으며 또,어떻게 단련했는가를 살피려 했다. 궁극적으론 인간이 불완전성과 슬픔,고통 등을 딛고 쟁취하는 `인간승리'를 쓰고 싶었다." 뒤에 승효의 남편은 다시 심양으로 떠난 승효를 찾아 헤매다 물에 빠져 죽는다.
"불완전한 화해는 화해가 아니다. 승효는 이런 화해를 거부한다. 진정으로 자신과 화해한다."
`하얀새'는 `자기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역사를 빌려 서술하고 있다. 역사소설이자 여성해방문학 소설이다.
송우혜. `청산리 전투와 홍범도 장군'`북간도 대한국민회의 조직 형태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 그리고 장편소설 `저울과 칼'`투명한 숲' 등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