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비서] 미시족 증가
기사입력 1996년 06월 12일 15시 26분
##전화받기, 스크랩-타이핑-번역 PC정보 관리까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XX입니다. 저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제 강비서에게 말씀남겨주십시오." "좋은 하루! 김XX와 비서 이XX 부부입니다. 삐~ 소리가 난뒤 메시지를 담겨주세요."
남편의 비서를 자처하는 미시족이 늘고 있다.
전화받기, 스크랩하기, 타이핑하기, 번역하기등 남편의 비서 일을 도맡아하는 신세대 주부가 적지 않은 것.
이에 따라 삐삐사서함이나 자동응답전화기에 남편의 비서 명의로 등장하는 아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전업주부 김현숙씨(27. 강남구 압구정동)는 틈날때마다 남편의 비서임을 떠벌리고 다닌다.
대학강사인 남편의 학회논문 번역 작업은 물론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관련정보 갈무리 작업, 워드 작업까지 도맡아하는등 잡다한 수고의 대가로 월 20만원씩의 봉급(?)도 받는다고.
개중에는 고급 아이디어 공급을 통해 비서실장 내지 고문으로 추앙받는 아내도 있다.
아이디어 싸움에 시달리는 남편을 둔 고학력 여성이 대부분으로 직장상사를 놀래킬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굴, 남편의 고민을 불식시키는 한편 본인의 역량을 과시하는 것.
컴퓨터통신 사설 BBS를 통하거나, 대학친구를 통하는등 사업수완도 갖가지라고.
신지나씨(27.광고회사 AE)는 "탁월한 업무수행능력으로 카피라이터등 전문직 남편을 뒷받침하는 부인들이 꽤 있다"며 "배우자의 조언으로 제출한 스토리 보드가 채택돼 칭찬받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부 명함'을 만들어 다니는 신세대 부부도 생겨나고 있다. 남편 일의 일정 부문을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니만큼 비서나 이에 준하는 타이틀을 주는 것.
잉꼬 노리개등 청첩장을 방불케하는 바탕 무늬에 서로의 이름과 연락처등을 새겨넣는 부부명함을 패션명함으로 만든다. (주)유일 대표 이경환씨(31)는 "사업하는데 있어 필요한 갖가지 지원업무를 도맡아해온 아내를 위해 부부 명함을 하나 만들었다"며 "비서라는 임시 타이틀 때문인지 부부동반모임등 사적인 자리에서 내놓으면 화제 만발"이라고 자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