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 4단 ●강 훈 8단 = 본선 토너먼트 제2국
기사입력 1996년 06월 11일 16시 03분
**백 26 귀 지키는 발빠른 수법
제5보 (23~35)=흑 23을 본 김 4단은 6분간 침묵. 백 24의 착점은 정해져 있다.
백 `가'로 다가서면 흑 `나'. 턱밑으로 보기싫은(?) 얼굴을 바싹 들이밀테니까.
그럼 왜?
프로와 아마추어의 수읽기는 분명히 다르다. 아마추어의 수읽기가 `변화를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분석과정'이라면 프로의 수읽기는 `여러 갈래의 변화중에서
이미 선택한 방향을 재확인하는 작업'이다.
프로들의 착점은 특별히 어려운 장면이 아니고는 거의가 감각으로 결정된다.
오랜 수련과정에서 체득한 프로들의 감각은 곤충의 더듬이와 같이 빠르고
정확하게 형태의 요소를 짚어낸다. 프로들의 수읽기는 결정된 착점으로부터
향후의 추이를 예측해 수순의 정확성을 재확인 또는 수정하는 데 필요한
작업인 것이다. 당연하게 보이는 백 24에 소모된 6분은 그런 의미가 함축된 시간.
백 26이 기민했다. 흑 한점을 제압하면서 귀를 지키는 효과적 수법. 흑 25 즉,
흑 1에 백 2, 4로 받아주면 그때 흑은 좌하귀 흑 5로 뛰어들게 된다.
어쩌면 여기서 흑의 의도가 빗나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흑 27. 기세의 양걸침.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주문을 거스르는 기세의 흐름을
타고 있다. 이하 백 32까지 노타임으로 숨가쁘게 이어진다.
강 8단은 굳게 입술을 다물고 6분 58초 동안 숙고, 백 34를 강요하고 흑 35로
`좌상 봉쇄'를 선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