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 4단 ●강 훈 8단
기사입력 1996년 06월 10일 16시 34분
**태연한 흑23 … 백의 다음 한수는? 제4보
(19~23)=흑 19는 제3기 진로배에서 이창호 7단이 다케미야 9단을 상대로 선보였던 타법인데 이 장면에서는 동감할 수 없다. 물론, 어려운 선택이기는 하다. 의 흑 1로 붙여 이하 흑 9까지 외세를 취하는 것도 우상변 백의 자세가 튼튼해 실속이 없고 의 흑 1, 3으로 몰아 백 한점을 잡는 것도 신통치 않다. A의 축이 백쪽에 유리한 데다 백 B로 강력하게 몰아가는 수도 있다.
차라리 의 흑 1에 붙여 귀살이를 하는 것은 어떨까. 이 그림은 일단, 흑이 선수다. 백 12를 생략하면 흑 A로 움직이는 수가 남아 시끄러워진다.
쌍방이 노타임으로 둔 것은 이미 생각해두고 있었던 곳이라는 뜻인데 백 20을 본 강 8단은 코끝에 걸친 안경을 고쳐잡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3분49초.
신중한 고려였지만 흑 21은 이상한 감각. 지금은 손을 뺄 시기가 아니다. 흑 21로는 무조건 22의 곳을 두고 백이 흑 한점을 제압하면 그때 흑 21로 가야 했다. 만일, 백이 손을 돌려 우하쪽을 파고들면 좌하쪽 흑 `가'로 밀고 올라가기만 해도 백의 응수가 어려위진다.
흑 21 다음 백 22로 미끄러지니 우하쪽 흑진은 여전히 문이 열린 상태이고 흑
한점만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저러나 강 8단은 의외로 태연하다. 백 22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즉각, 흑 23으로 달려간다. 이번에는 김 4단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숙고. 백의 다음 한수는 어느 곳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