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세상]옛 일본에선 휴일날 일하면 벌받아
기사입력 1996년 06월 10일 15시 41분
지구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면 4계절이 뚜렷이 있는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반면 열대지방은 좀 게으른 것 같다. 그리고 북방계 사람들 역시 억센 면이 있으나 그리 부지런하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 나라만 해도 요일이 없었던 시절에는 정해놓고 쉬는 날 외에는 쉬지를 않고 계속 일해야 했다. 쉬는 날이라고 해야 명절이다. 그리고 정월은 특별히 보름까지를 설로 쳐서 그사이는 별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는 중국의 정월휴일을 본떠서 내려온 습관이 이어진 것 같다. 그리고 남들이 모두 쉬는데 유독 극성을 떨며 일하는 사람을 보면 "유난떨고 있네" 정도로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겨볼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은 그저 눈을 흘기는 정도가 아니었다. 가령 마을의 한집에서 온동네가 쉬는 날인데 부지런을 떨며 일했다가는 마을에서 내리는 벌을 감수해야한다. 그들이 벌을 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늘이 쉬게 해주는 것을 거역해 하늘의 노여움을 받을까 두려워서 그 부지런한 사람을 벌주는 것이다. 또 동네의 단결을 해친다는 이유도 있었다. 심지어 `니가카'현에서는 휴일에 일한 집에 몰려가서 그집 지붕을 모두 뜯어내려 버린다는 것이다. 무리한 면이 있긴 하지만 "휴일에 일하면 가뭄이 온다"라고 해서 일하는 집은 비가 올 염려가 없으니 지붕을 뜯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쉬는 날만은 꼭 쉬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풍습은 오간데 없고 오히려 남이 쉴 때 돈을 벌어야 진짜 돈을 번다며 일년 열두달 하루도 쉬지 않는 가게가 제법 많다. 일본의 편의점이 그것이다. 그 가게는 일년 열두달 통행이 드문 야밤에도 직원이 교대해가며 쉬지 않고 가게를 연다. 이런 직업이 돈을 잘번다는 소문을 들은 우리의 장사꾼들께서는 편의점을 직수입, 24시간 영업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