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7)
기사입력 1996년 06월 10일 15시 11분
/// 사랑의 홈런(7) ///. 타석에서 갈등하는 동안 두개의 스트라이크 볼을 놓쳤다. 오늘 4타석4연속 삼진으로 대 치욕의 날이 되겠군. 지훈을 째려보며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는 상대투수 녀석이 얄밉다. 내가 아무리 물타자라도 그렇지, 큰거 한방이면 역전이라는 상황에서 연속으로 두개를 가운데에 꽂을 수 있는 건가. 만루 상황이다. 투수녀석도 한방이 있는 나를 무시하고 세번째 볼까지 가운데에 꽂지는 못할게다. 투스트라이크에서 볼 하나르 뺀 뒤에 다음 볼을 뿌릴때 한번 대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리라. 다행히 맞아서 히트가 나오면 난 클린업트리오의 타자로서 할 일을 다하는 거고 만약 별볼일 없으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날이니 좋다. 고은비말대로 히트보다 그녀가 더 소중하단 것을 증명할 날이니 오늘밤에 같이뭉칠 수 있는거다. 플레이보이 방황을 끝내는 밤이 되리라. 오늘 만나면 최소한 미래에대한 약속, 하다 못해 약혼식 얘기라도 결재(?)를 끝낸기로 하지. 웬걸! 그놈의 세번째 볼이 문제였다. 미친자식 투수녀석 날 뭘로 보고 또 다시 가운데에 그대로 쑤셔박는 거 아닌가? 투수의 볼이 포수 미트에 들어오는 시간은 약 0.1초이고 타자가 볼을 칠것인가 말 것인가를결정하는 시간은 그 0.1초의 5분의 1인 0.02초간에 이루어진다. 눈깜짝 할 시간 정도보다 더 짧은 시간인거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볼이 날아오는 게 보였다. 웬 하얀 수박덩어리가 슬로로 날아오나 싶었다.그순간은 고은비고 거친비고의 판단이 없어진다.
선수의 동물적 반사신경으로 지훈은 방망이를 내질러 수박덩이를 두들기고 있었다. 수박은 배트에 맞은 순간 따-앙 하늘 높이 치솟았다. 말할 필요도 없는 홈런성 타구, 관객들의 미친 듯한 환호로 넘어가는 볼인걸 확실할 수있었다. 아차! 그 순간 고은비가 퍼뜩 눈앞에 떠올랐다. 홈런을 쳤다는 이유로 사랑했던 여자는 날 떠나간다.
비극의 홈런인거다. 기쁨의 환호를지르는 팀선수들과 관객들의 함성이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가 맥없이 1루로 나가려는 순간 또한번 거친 함성이 일었다. 지훈을 응원하던 관객들의 한숨합창, 그와함께 반대편 관객들의 우와아! 다행이라는 환호의 소리, 홈런펜스를 너무나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파울홈런이었던 것이다. 그걸 본 지훈은 순간적인 반사신경으로 환호를 외쳤다. 아까 투수의볼을 갈겨 댄 행동이 선수의 반사신경이었다면 요번 지훈의 환호는 놓친 여자를 다시 찾았다는 플레이보이의 기쁨 넘친 반사신경이었다. 감독이하 동료선수들이 지훈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어리벙벙해하며미친놈 아니냐며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씹어라 씹어. 홈런이야 다음에 또 칠 수 있지만 고은비는 내 가슴속에 다시 뿌려지기 힘들단다. 그날밤 은비를 만났다. 긴 포옹을 나눈뒤 그녀는 순진하게 물어댔다. "그 파울홈런 그거 일부러 친거죠. 홈런칠 수 있었는데 나하고 헤어지는 것이 무서워서 말예요?". "물론이지". "잘했어요. 사랑의 홈런이었다구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