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주간사랑방]대우 '루스타임 싫어요'

기사입력 1996년 06월 10일 15시 00분

**2게임 연속 '자투리시간' 못버텨 눈물 **선두 현대 "진짜 우승할때까진 입조심" ◆… 지난주는 2002년 월드컵 개최에 대한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한주였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지난 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귀국한 뒤에도 여전히 `강행군'을 계속해야만 했어요.

정 회장은 3일에는 원당 서울은행 구장서 은평조기축구회와 월드컵유치 기념축구대회를 갖는 열정을 과시하기도 했고 또 4일에는 AFC()총회 참석차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말레이시아 총회에서 마주친 일본 축구관계자들의 표정은 득의만만한 우리측과는 달리 초상집 분위기 였답니다.

나가누마 겐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기가 죽은 표정으로 매사 수동적으로 움직인 반면 우리측 인사들은 활발한 축구외교를 펼쳐 대조를 이루었답니다.

아무튼 월드컵 유치는 앞으로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올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제 이야기를 국내 프로축구쪽으로 돌려 볼까요.

**삼성- 분전 돋보여 ◆…월드컵 유치 관계로 `임시방학'에 들어갔던 프로축구가 지난 2일 일화-삼성전을 시작으로 재개돼 축구팬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주에는 현대의 연승과 삼성의 부상이 눈에 띄었는데 창단후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현대가 삼성과 일화를 연파하고 2승을 따내며 승승장구, 올해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는 무패행진(4승1무)으로 단독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정작 선수단과 구단직원들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구단고위층에서 `입조심' 경계령을 내렸기 때문이지요.

매년 초반에 잘나가다 뒷심부족으로 창단후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경험이 있어 아예 올해는 우승에 `우'자도 꺼내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철근 사무국장은 "입방아를 찧으면 오던 복도 달아난다"며 "정규리그에서 우승때까지 `우승'이란 단어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부산 대우가 `루스타임 징크스'에 울고 있습니다.

대우는 지난 5일 전북전에서 후반 46분 비탈리에게 역전골을 얻어맞고 1대2로 패한데 이어 8일 신생 삼성전서도 후반 48분 신성환에게 헤딩골을 빼앗겨 2대3으로 무릎을 꿇었던 것이지요.

이밖에도 대우는 올시즌들어 유난히 후반 20분을 남겨두고 골을 먹는 경우가 많아 막판 집중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1무4패로 꼴찌로 추락한 대우직원들은 "루스타임 제도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고 있을 정도지요.

세키 감독도 이같은 징크스가 반복되자 "선수들의 정신력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도 뚜렷한 `처방전'을 제시하지 못해 구단측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사장 격려 V 연출 ◆… 조규향 사장이 축구단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창단때부터 11년동안 장수 단장을 엮임하기도 했던 조 사장은 지난 4일 인천 선수단숙소를 찾아 "프로이니 만큼 승부도 중요하지만 이제 우리도 월드컵을 유치한 나라인 만큼 팬들을 생각하는 멋진 경기를 펼치는게 더욱 절실하다"며 니폼니시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에 화끈한 플레이를 펼쳐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은 그래선지 6일 안양 전에서 무려 7골을 주고받으며 4대3으로 멋진 승리를 연출해 냈습니다.

이에 니폼니시감독은 경기가 끝난후 "언제 또 사장님이 숙소를 방문하느냐"며 조 사장의 각별한 관심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전북이 원정경기만 가면 마땅한 연습장소가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다른 팀들이 전북을 방문할때면 연습장으로 안방까지 내주며 손님 대접을 극진히 했지만 원정길에서는 변변한 연습구장이 준비되지 않아 골탕먹는 경우가 다반사랍니다.

지난 5일 부산에서 열린 경기에 앞서 대우측이 마련해준 부산 구장을 찾았지만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는지 문을 걸어잠궈놔 월장(越墻)해서 연습하는 촌극을 벌였다고 하더군요.

지난달 8일 삼성과의 개막전에서도 연습할 곳이 마련되지 않아 골탕을 먹었던 차경복 감독은 단단히 화가 나 "전북도 이젠 손님 대접을 다르게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는 후문입니다.

◆…모처럼 TV중계가 잡힌 9일 전북-전남전이 벌어진 익산공설운동장의 잔디가 그야말로 초토화돼 "과연 월드컵을 치를 자격이 있는 나라냐"는 독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센터서클지역이 허연 맨땅을 드러낸 채 그라운드 곳곳이 듬성듬성 파여있는 등 도저히 프로경기가 열릴 만한 경기장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지난달 17일 익산시에서 `시민의 날' 행사를 3일간 치렀기 때문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