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 4단 ●강 훈 8단=본선 토너먼트 제2국
기사입력 1996년 06월 08일 16시 12분
제2보 (10~17)=강훈 8단은 이색적인 기록 보유자. 대국에 임박한 승부사들의 감정이 얼마나 섬세하고 예민한지 실감나는 일화가 얽힌 기록인데 공교롭게 당시 대국상대도 김승준 4단이었다.
95년 제18기 국기전 본선. 평소 대국시간만큼은 `칼같이' 지켜온 강 8단이 대국개시 시간이 꽤 지나도록 대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진행 담당자가 집으로 전화를 해보니 강 8단이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가. 강 8단은 대국이 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며칠전 한국기원에서 발송한 `대국통지서'는 어처구니 없게도 아파트 수위아저씨의 책상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온 강 8단. 1시간이 넘으면 자동으로 당하게 되는 기권패는 겨우 면하게 됐지만 대국을 앞두고 평정해야 할 마음은 온통 헝크러져 있었다.
바둑판 앞에 앉아 10여분간 마음을 가다듬던 강 8단은 첫수를 두고 김 4단이 두번째 수를 두자 결국 돌을 거두었다.
1백만원짜리 대국료를 단숨에 날려버린 `96 바둑연감' 최단수수 불계패 기록에 얽힌 일화. 대국에 임박한 프로들의 감정은 실로 `유리컵에 담긴 양파의 실뿌리처럼 섬세하고 예민한'것이다.
백 10 때 흑 11은 당연한 기세. 얌전하게 흑 13으로 받아주면 백 15, 흑 `가', 백 16으로 이상적인 형태를 갖추게 된다. 흑 한점을 희생타로 우상귀를 굳힌 흑 17까지 눈에 익은 정형.
수순을 거슬러 흑 13으로는
흑 1로 받는 수도 있다. 백 4 다음 선수를 뽑아 다른 곳을 향하려는 의도. 백 A를 얻어맞아 좋지 않다는 금기를 과감하게 깬 흑 1은 이창호 7단이 제4기 기성전 7번기 제7국에서 선보인 신수. 만일, 흑 1 때 백 A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