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훔친 키스' 돌려줘야 할까?
기사입력 1996년 06월 08일 15시 54분
저 유명한 한용운님의 시 `알 수 없어요'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고 한다.
`알 수 없어요'를 `알 수 있어요'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호기심이 인류를 진보시켰다는 학설도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모르고 살아도 될 것을 괜히 알려고 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판도라 상자'가 뭔지 몰랐어도 잠도 잘 오고 소화도 잘 됐을텐데 괜히 그게 뭔지 알려고 뚜껑을 개봉했다가 악, 질병, 죽음… 등 비극을 만나고 말았거든!
더이상 알려고 하는 것을 몇가지로 국한시키자.
외박하고 들어온 남편의 간밤 행선지나 형사의 범인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과 내일 당장 해결될 남북통일의 묘수 정도로.
이런 거 알려고 했다가는 답도 잘 안나오고 골치만 아파서 결국 건강을 해치니까.
- 왜 더러운 곰팡이에 기가 막힌 항생제(페니실린) 성분이 있는 걸까?
- 여자들은 눈을 흘기며 키스를 도둑 맞았다는 말을 하는데 다시 입술을 돌려 달라는 뜻일까?
- 요즘 속셈학원이 많은데 무슨 `속셈'을 가르치는 곳일까?
- 우리 지역구 의원님은 지난번 총선 비용을 줄이지 않고 신고했을까?
- 대문 앞의 `개조심'이란 글귀는 조심하라는 선한 마음일까, 물려도 책임 안진다는 악한 마음일까?
- 여자들이 눈 화장을 가장 공들여 한다는데 1시간 가까이 화장하고 속눈썹까지 달고 난 뒤 선글라스 끼는 이유는?
- 하루 밖에 못 산다는 하루살이는 밤에 잠을자는 걸까 죽는걸까?
- 지구는 진짜 공처럼 둥글까?
- `오빠'의 이름으로 떠난 가 세월이 흘러 `오라버니'의 이름으로 돌아 올까?
- `밤새 손만 꼭 잡고 잤다는 사람들' 정말 그 손으로 전기 스위치나 TV리모콘도 안 만졌을까?
- 상어가 참치를 잘 먹는다는 데 상어는 어떻게 `참치통조림'을 따서 먹을까? (6세짜리 내 아이의 의문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