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 비화] ⑦유치위원회의 3차례 위기
기사입력 1996년 06월 08일 15시 48분
** 손에 땀쥔 조사단 실사 **① 비행기 일찍도착 → 예상외 환영인파-플래시세례 **② 헬기고장 `교통지옥' 탄로날까 SOS 공수작전 **③ 전 관람후 `성수대교볼까' 돌고 또 돌고 후발주자인 한국의 월드컵 유치희망에 기름을 부은 것은 작년 () 조사단의 실사( 査)를 완벽하게 치러낸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시설면에선 일본에 비해 불리하리란 예상을 하고 있던 차에 조사단의 보고서가 `한-일간의 월드컵 개최능력은 동등하다'는 반가운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조사단의 실사과정은 그야말로 `외줄타기'의 연속이었다.
슈미트 독일축구협회 사무총장을 비롯한 5명의 조사단이 한국에 머문 작년 10월31일부터 4박5일간 유치위는 세차례 `위기'를 넘겼다.
첫번째 위기는 조사단이 탄 비행기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사건'.
조사단이 탄 스위스항공은 때마침 동북아 상공에 불어닥친 뒷바람을 타고 예정시간보다 무려 55분 이른 오전 8시40분에 김포에 내렸다.
환영객 한명 없이 쓸쓸한 입국을 예상했던 조사단은 막상 출입문을 여는 순간 폭발하는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와 즐비한 환영 현수막, 넘치는 환영물결을 대하면서 벅찬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스위스 항공측과 긴밀한 연락망을 구축하고 있던 유치위원회가 에 설치한 상황실을 통해 항공사측으로부터 조기착륙 통보를 받고 새벽에 비상을 건 것이다.
두번째는 헬기 고장사건이다.
조사단의 이동은 현대와 삼성, 측이 제공한 헬기가 도맡고 있었는데 `일정이 빡빡해서'라는게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실은 악성 교통체증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11월1일 오전 포항에서 조사를 마친 조사단은 경주에서 오찬을 한 뒤 오후 2시 부산으로 떠나기 위해 헬기에 올랐으나 때마침 3대중 한대가 기계고장을 일으켰다.
당황한 유치위 관계자들은 "차편으로 가자"는 조사단을 달래며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마침 거제도 삼성조선소에 헬기 1대가 와있는 것을 알고 긴급히 `SOS'를 타전, 극적인 007 작전을 펼쳐 조사단을 부산으로 공수하는데 성공했다.
만일 이때 승용차가 동원됐다면 교통지옥 전국 1위인 부산을 관통하면서 조사단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성수대교 붕괴현장을 가리는 일도 한국으로선 무엇보다 절실했다.
10월31일 오후 8시 잠실 주경기장에서 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관전한 조사단은 밤 10시쯤 숙소인 로 향했다.
호텔이 있는 장충동으로 가기 위해선 올림픽대로를 타고 동호대교를 건너는게 지름길이지만 허리가 끊긴 성수대교의 시커먼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날 조사단의 귀가길은 잠실~테헤란로~반포대교~장충동으로 멀찍이 우회하는 비정상적인 코스였다.
조사단은 이를 알 리가 만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