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29)
기사입력 1996년 06월 08일 15시 40분
**"그녀가 의 공주였다고?" 비마(飛馬)가 양각으로 새겨진 동전만한 은패. 바로 타르무왕의 애첩이던 고야가 자신을 살려준 보답으로 건네주었던 신물이었다.
"헉…."
그 영패를 발견하자 촌장을 비롯한 전사들이 대경실색하며 일제히 목엽 앞에 부복했다.
그 영패야말로 전사들이 가장 경외(敬畏)하는 절대적 칸(王)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영패가 지금 목엽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촌장의 태도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죄송하오나 그 영패가 어디서 났는지요?"
그는 몹시 공손해 하면서도 놀라움과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소야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고야라는 여인이 준 것이오."
갑자기 촌장이 탄식을 토했다.
"아... 그 분을 만나셨소이까?"
"물론이오."
"그 분을 도와주셨군요?"
"그렇소."
촌장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노인의 예기치 않은 행동은 이소야를 잠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엉."
이번에는 전사들과 여인들이 일제히 목놓고 울었다. 때아닌 통곡이 밤하늘에 메아리 처럼 울린다.
무현은 급변하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단지 고야라는 여인으로 인한 것이라는 걸 짐작할 뿐이었다.
이소야는 신중히 묻는다.
"그녀와는 어떤 관계요?"
촌장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분은 바로 의 전왕(前王)이신 다르칸의 손녀이십니다."
이소야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타르무왕의 애첩이던 그녀 고야가 바로 의 공주였단 말인가?'
촌장이 입술을 짓씹으며 원한과 증오로 가득찬 눈빛을 뿜어냈다.
"청국의 왕야가 고야공주를 하녀로 삼았소. 아니, 노리개로 이용하기 위해 잡아간 것이오. 우리 의 전사들은 반드시 복수하고 말것이오."
이소야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의 행적을 말했다.
"고야공주는 타르무의 손아귀에서 나와 함께 탈출했소."
그들에게 더없이 기쁜 소식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촌장은 물론이고 전사의 수장조차 맥이없다.
"그랬군요."
"우린 그들의 추적에서 벗어나 헤어졌소. 고야공주는 무사할 것이오."
촌장은 이제 굵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알고 있소이다. 귀하는 목엽이란 분이 아니오?"
이소야는 이제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