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할일없을때 '시간죽이기'
기사입력 1996년 06월 07일 17시 35분
속담인 금언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말에 '할일이 없으면 낮잠이나 자라'라는 것이 있다.만일 낮잠이 말을 한다면 "야! 내가 뭐 가치 없는 킬링 타임용 4류 영환줄 아냐?"라고 항변할 것이다.그러나 우리 한국인은 죽어도 말을 못하는 낮잠의 약점(?)을 이용해 할일이 없을 때마다 부지런히 낮잠을 자는 것으로 시간을 죽인다.다른 나라 사람들은 할 일이 없을 때 뭘하는지 알아 보자.일본의 한 유선 라디오는 24시간 내내 개구리 울음소리만 방송을 하는데 물론 그 방송의 애청자 수는 상당하다고 한다.방송은 대개 1년에 두어 차례씩 개편을 하는데 이 '개구리 소리 방송'은 몇 년째 같은 기구리 한마리가 우는 건지 노래를 하는 건지, 좌우간 같은 소리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방송을 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이유는 있겠지만 일단은 할일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그러나 그건 약과다.'개구리 방송'은 그래도 내용이라도 있다.최근에 생긴 한 방송은 중년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1부터 1000까지를 반복해서 세고 있을 뿐이다.숫자 세는 얘길 하다 보니까 이 사람이 생각나는구나!김백수씨의 직업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백수건달이다.할일은 없고 시간은 많고…. 그래서 그는 매일 지하철 신도림역에 나가서 전철의 차량 개수를 세는 것으로 소일을 했다.전철의 경우 대개 10량짜리가 많다.첫날부터 29일까지는 모두 10량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변괴인가. 꼭 30일이 되는 날은 전철이 9량뿐이지 않는가. 김백수씨는 용기를 내어 지하철 공사에 문의를 했지만 늘 10량짜리 전철이 다닌다는 거였다.이상하다. 매달 마지막 날인 30일째는 전철이 9량으로 변하는 이유가 뭘까…. 그러나 마침내 그 고민과 비밀이 풀렸다.김백수씨의 친구 중 역시 할 일 없는 사람이 있어서 함께 세 본결과 30일째 되는 날마다 잘못 센 것이었다.히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