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경주경마장 건설 진통
기사입력 1996년 06월 07일 16시 47분
**"인구적어 시장성 희박-교통도 불편" 회의론도 경주경마장 건설이 난관에 부닥쳤다. 경마장 부지에 문화재가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진데다 고고학계에서 경마장 건립 반대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사회는 경주 보문단지내 손곡동및 물천리 일대 29만여평에 오는 98년까지 제2경마장을 설치키로 하고 현재 부지의 90% 가량을 매입해놓고 있다. 그러나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 부지에 대해 1년간 시굴조사를 벌인 결과 고분군 10개, 가마터 20~30개 등 83군데서 문화재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연구소 이주영소장은 "부지 전체를 50㎝ 깊이로 파 시굴조사를 벌인 결과 지표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고분군과 가마터가 다량 발견됐다"며 "신라문화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 발굴조사가 벌어지게 됨으로써 경마장 개장은 당초 계획보다 3~5년 늦은 2002~2004년에나 이뤄지게 됐다. 경주경마장 개장이 이처럼 지연될 경우 마사회의 경마 전국화 계획은 물론 국산마 생산계획 등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는 경주경마장 건설과 관련, 전국 곳곳에 장외발매소를 설치하고 과천및 경마장 등 3개 경마장의 경주장면을 동시 중계, 크로스베팅하는 방안과 작년 10월 육성목장이 개장됨에 따라 국산마 생산을 매년 대폭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고학계에서는 경마장 저지운동마저 벌이겠다고 나서 경주경마장 건설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영남고고학회 회장( 박물관장)은 "경마장을 천년고도 경주에 세우려는 계획은 허무맹랑한 발상"이라며 "학계는 경마장 건립저지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마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주는 문화재가 매장돼 있고 인구가 적어 시장성이 약한데다 교통도 불편해 경마장 건설에 부적합하다는 회의론 까지 대두되고 있다. 경주의 경우 주말만 되면 경부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주변과 경주~포항간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등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져 부산, 대구 등 인근 대도시 경마인구를 유입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 경마전문가는 "경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유치운동으로 경주경마장 건설이 시작됐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마권세의 국세 전환이 이뤄지면 경마장이 지역의 호응을 얻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경주경마장 부지는 기수학교 등 경마관련 부대시설로 활용하고 제2경마장은 부산 등 대도시로 눈을 돌리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