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기사입력 1996년 06월 07일 15시 13분
## 황일권 안경 써야하나 말아야하나`낄 것인가, 말 것인가.' OB 내야수 황일권(27)은 그라운드에 나가기전 오른쪽 뒷주머니에 꼭꼭 챙기는 '필수품'이 하나 있다. 바로 콘택트 렌즈를 세척하기 위한 식염수.
선천적으로 난시(亂視)인 황일권은 올시즌부터 콘택트 렌즈를 끼고 출전하지만 여간 불편하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내리는 땀은 물론이고 가끔 흙먼지라도 날릴때면 도대체 `눈에 보이는게' 없다. 그래서 매이닝이 끝날때 마다 눈을 깨끗이 씻어주는게 중요한 일이 돼버렸다.
그나마 공이 똑바로 보이는 주간경기와는 달리 야간경기에만 들어가면 눈이 침침해지는 바람에 영 갑갑하기만 하다. 정 답답할때는 수비할때 파울볼타구 등 약간의 짬을 이용해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틈틈이 눈에 식염수를 넣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잠실 쌍방울전에서는 이 `눈속임'이 들통이 나버렸다.
경기중 식염수를 넣다 감독에게 `적발'된 것.
황일권은 다음날 막바로 2군으로 쫓겨 나고 말았다.
김감독은 "원래 눈이 안 좋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당장 안경을 끼라고 쉽게 권유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황일권의 수비위치가 `핫코너'라 불릴만큼 빠른 타구가 많이 날아가는 3루이기 때문이다. 아예 전지훈련때부터 적응을 미리 했으면 몰라도 갑자기 안경을 끼게 되면 수비할때 공포감이 밀려온다는 것. 지난 5일 다시 1군에 복귀한 황일권은 지금 `낄 것인가, 말 것인가'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