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초단 ●김영삼 2단 본선 토너먼트
기사입력 1996년 06월 06일 15시 51분
## 총보 (1~186) =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치러야 할 병역의 의무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입단 3년차에 불과한 2단에게는 그것이 작지 않은 부담이었나보다. 군문에 막 들어섰던 지난해에는 BC카드배 결승까지 진출, 9단과 도전권을 다투는 등 다음세대 선두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나 결국 이 대국에서 `승부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 바둑의 패인은 `너무 서둘렀다'는데 있다. 점심식사를 위한 중간휴식 때 이미 141수까지 빼곡이 적혀 있었던 `제한시간 사용 기록표'가 그 뚜렷한 반증. 대국초반 백 26, 28은 빗나간 취향. 뒷문을 열어두고 앞문을 단속한 이 수로는 29의 곳 양걸침이 좋았다. 백 30은 26, 28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타법인데 흑 31로 세워줘 탐탁치는 않다. 흑 35의 상변 침입 이후 중앙경합 과정에서 백 62가 뮈수였다. 박력은 있어 보이지만 69의 곳으로 온건하게 늘어두는게 정착. 흑 71로 끊겨 우상쪽 백 일단이 갇혀서는 확실한 `흑우세'의 국면이 됐다. 승리를 눈앞에 두고 노타임으로 때려낸 흑 73이 실착. 이 수로는 일단, 74의 곳을 꼬부려 중앙 흑 두점(59, 63)을 살려야 했다. 백 74로 흑의 요석 두점을 잡고 백 80, 82로 좌반부를 최대한 부풀려 만만치 않은 형세가 됐다. 13세 소년답지 않은 대범한 작전. 흑 83의 축머리활용으로부터 시작된 좌하귀 흑의 수순이 패배를 초래했다. 그냥 87로 붙여가는 등 적당히 좌변을 삭감하는 정도였으면 아직 나쁘지 않은 바둑이었다. 좌하귀의 패는 그렇지 않아도 시비거리를 찾던 백쪽에 빌미를 제공한 꼴이다. 백쪽에 팻감이 많아 패싸움은 흑이 견딜 수 없다. 흑 109로 패를 해소한 대가로 잡아두었던 우상쪽 백을 살려주고 상변 흑까지 잡혀서는 대역전. 이후 180여수까지 따라붙었으나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감 났다. 186수 끝 백 불계승. (73, 110…76/ 95, 101, 107..89/ 98, 104…4/140…45/141, 147, 153…133/144, 15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