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 (27)
기사입력 1996년 06월 06일 15시 50분
그물(網). 이소야와 무현에게 쏟아진 것은 거대한 짐승을 포획 하기위한 사냥용 그물이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
하지만 때때로 불가능을 극복하는 사람이 있다. 이소야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흥."
이소야는 냉랭한 코방귀를 날리며 수중의 칼로 원을 그린다. 그의 동작은 참으로 한가하여 마치 연을 날리는 예인(藝人)과 같다.
그를 향해서 덮쳐오던 그물이 갑자기 격렬하게 튀어 올랐다. 눈으로 목격하지 않고는 믿어지지 않는 광경.
의 수장은 기겁을 한다. 하지만 그는 백전노장(百戰老將)인 모양이다. 그 경악의 순간에 신형을 날리며 공격을 가했다.
"죽인다."
그가 쇄도하자 이번에는 다른 전사들도 한꺼번에 병기를 난무하며 이소야에게 덤벼들었다.
이소야는 더 이상 방어만 취하고 있을 형편이 아니었다. 더구나 자신이 보호해야할 막중한 신분의 무현이 있지 않은가.
이소야의 전신에서 무서운 살기가 감돌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인들은 섬뜩한 기분을 맛보았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공세는 이소야의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이소야는 목청을 돋웠다.
"동방의 하늘이 열리니 찬란한 빛이 사해를 뒤덮도다!"
그의 칼이 허공을 베었다.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검신(劍身)이 격렬하게 울었다. 아우성은 처량한 살기가 되어 의 전사들에게 폭사되었다.
타타탕---
금속성이 불꽃놀이를 일으켰다.
어둠이 아름답게 타올랐다.
이소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모습은 불꽃송이 아래서 유유히 떠오르고 있었다. 적막한 어둠속에서 환상처럼.
반면에 의 전사들은 형편없었다.
그들은 전원 바닥을 나域굴고 있었다. 칼과 창, 도끼 등의 병장기는 모조리 동강나 사방에 흩어져 날렸다.
저마다 신음소리를 흘렸지만 결정적인 사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소야가 살수를 전개하지 않은 탓이었다.
대제국의 후예인 족들은 역시 달랐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재차 이소야를 포위하였다.
이번에는 맨 손이었다.
그들의 어이없는 도전에 이소야는 언제나처럼 서두르지 않는다.
"두 번은 용납하지 않소."
담담하지만 살기가 물씬 풍기는 어조다. 이번에는 목숨을 거두겠다는 의미.
그래도 전사들은 추호의 두려워 하는 빛이 없다.
이소야가 서서히 출수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등 뒤로부터 무현의 다급한 비명성이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