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02는 행운의 숫자
기사입력 1996년 06월 05일 17시 14분
**금융기관은 고객 비밀번호 남용에 '골머리' `2002는 행운의 숫자?'
2002년 월드컵과 관련, 2002가 젊은이들 사이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숫자로 인식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 `숙적'으로 통하는 과 공동개최로 결정됨에 따라 결별한 두 남녀 사이에 화해와 화합을 의미하는 암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지난해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안정훈군(22.성균관대)은 얼마전 애인의 삐삐에 2002를 입력, 극적인 화해에 성공했다. 안군은 "2002는 요즘 헤어진 남녀 사이에 `다시 만나 잘해보자'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면서 "2002는 내겐 행운의 숫자"라고 말했다. 2002로 끝나는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뜻밖의 `횡재'를 한 경우도 있다. 서울 증산동의 유은주씨(28)는 5일 집 전화번호가 2002로 끝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가 발행한 `월간 BI 세상사람들' 1년치 정기구독권을 받았다. `사랑의 전화'측이 월드컵 유치기념으로 호출번호나 전화번호가 2002인 2002명에게 정기구독권을 나눠주기로 한 것. 또 차량번호나 전화번호가 2002인 사람은 오는 14일부터 16일 사이에 미도파백화점에 연락하면 선착순 202명에 한해 기념시계를 받을수 있다. 상호를 `2002'로 바꿔 매상을 50% 가까이 끌어올린 노래방도 있다.
서울 불광동에서 `월드컵' 노래방을 운영하는 임성희씨(44.여)는 "이달초 상호를 `월드컵 2002'로 바꾼 뒤로 손님이 40~50% 정도 늘었다"며 "2002의 효과가 이렇게 탁월할지 미처 몰랐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2002란 숫자가 마냥 행운만을 가져다 주는 것만은 아니다.
2002번 호출기와 전화의 경우 일부 축구팬들의 호출이나 전화가 쇄도하기 때문이다. 이는 김흥국씨 호출번호가 01-28-2002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 사이에 2002로 끝나는 호출번호는 모두 월드컵 관련인사들에게 발급됐다는 헛소문이 퍼진데서 비롯됐다고.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2002를 그다지 달갑게 생각지 않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2002를 비밀번호로 사용하고 있어 쉽게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산업증권 중앙지점의 이권상씨(29)는 "최근 2002 대신 다른 비밀번호로 바꾸려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면서 "다른 번호로 교체하지 않을 경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