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영]83년 천하장사 모래판 컴백
기사입력 1996년 06월 05일 17시 01분
**"졸렬한 샅바꾼 불명예 씻겠다"…은퇴 6년만에 20일 강릉프로씨름 출전 `불운의 천하장사' 장지영(33·세경진흥)이 모래판에 복귀한다.
`모래판의 여우'와 `졸렬한 샅바꾼'이라는 상반되는 닉네임을 함께 갖고 활약하다 지난 89년 모래판을 떠났던 장지영이 오는 20일 시작되는 `96 강릉프로씨름대회'에 출전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장지영은 일양약품 소속이던 지난 83년3월 3대 천하장사 결정전에서 `뚝심꾼'으로 통하던 유기성을 3대1로 제압하고 모래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장본인.
그러나 이 경기가 끝난뒤 자신도 모르게 팬들로부터 `지리한 샅바싸움의 명수'라는 낙인이 찍힌데 대한 심적부담을 극복하지 못해 천하장사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88년7월과 8월의 35대, 36대 백두장사 결정전서는 `불곰' 황대웅에게 잇따라 패한뒤 10월 15대 천하장사 결정전서는 `모래판의 팔방미인'으로 통하는 이만기에게 2대3으로 역전패해 정상탈환에 실패했다.
이렇게 되니 자연히 소속팀인 일양약품서도 장지영의 `희소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앞날의 생계에 대한 보장도 없이 모래판을 떠나버렸다.
이미 2년전인 87년 결혼해 두살짜리 딸까지 두고 있는 아버지였다.
1년간을 실업자로 지내다 90년 공채시험에 합격해 `봉급쟁이'생활을 한 것을 시작으로 건설회사의 `현장직원'과 `막노동'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만큼 `다양한 삶'을 살았다.
말하자면 현재의 장지영은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모래판에 돌아온 풍운아'인 셈이다.
작년5월 소속팀인 일양약품의 `이적동의'를 얻은뒤에도 받아주는 팀이 없어 방황을 계속하다 선배 장용철 감독이 있는 세경진흥에 입단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세경진흥 입단이 결정된 지난 1월부터 충분히 훈련을 해와 체력적인 뒷받침도 충분하고 특기인 `들배지기'의 위력도 여전해 이번 강릉대회에서 뭔가 이뤄낼 것같은 자신감이 있다는 장지영.
하지만 그의 다짐은 아주 소박하다.
"먼저 씨름팬들이 갖고 있는 졸렬한 샅바꾼이라는 인상을 지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따내고 쉽게 잃었던 천하장사의 명예를 잠시만이라도 더 유지해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