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농구도 '국제화' 눈떠야
기사입력 1996년 06월 05일 16시 51분
동양제과 농구단은 제7회 아시아 챔피언스컵 국제농구대회가 개막되기 전 주최측인 ABC(아시아농구연맹)로부터 희한한 권유를 받았다. "대회기간 동안만 `외국용병'을 대여해 줄테니 사서 출전하라"는 것이었다.
한국이 외국용병제도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주최측이 전력보강을 위해 배려한 말이었다.
몸값도 헐값이었지만 동양제과 농구단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창단 27일만의 우승'이란 위업을 연출한 국내 챔피언클럽의 자존심과 `순혈주의'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우리가 아시아권에서 상위입상이야 못하겠느냐"는 판단도 크게 한몫했다.
그러나 동양제과는 대회가 개막되자마자 이러한 생각이 큰 오산이었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출전 8개국중 `외국용병'이 없는 팀은 한국뿐이었고 다른팀의 전력도 엄청난 것으로 드러난 것.
은 물론 아시아 최강인 중국까지 모두 2m대의 용병 2명씩을 보유한 것은 물론, 이들이 전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중 정도가 용병을 `임시차용'했을 뿐 다른 나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용병제도를 실시한 탓에 용병외의 선수들도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쳐보였다.
수많은 오빠부대의 환호속에 엄청난 몸값을 받으며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은 아시아무대에서조차 `촌닭'이었다.
변화하는 국제농구 추세에 발을 맞추지 못한 결과였다.
`신동파의 나라' 한국을 아직도 아시아최강의 농구국가로 여기며 엄지를 치겨세우던 관중들은 동양제과가 1차전에서 의 모터스에 형편없이 무너지자 실망감과 의아함을 감추지 모했다.
의 고하마 감독은 "한국은 아직까지 80년대 농구를 하고 있다"고 말해 그렇지 않아도 크게 상한 한국의 자존심에 또 한차례 생채기를 냈다.
이제 한국농구는 보수와 개방의 `마지막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