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26)
기사입력 1996년 06월 05일 15시 59분
목소리는 천둥이었다.
"위험해…!"
일이 잘못됨을 느끼고 패검을 회수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목전에서 허덕이던 의 수장은 이미 간 곳이 없었다. 무현은 몹시 당황하였다. 쇄액 하는 파공성이 지척에서 들려왔다.
`아뿔싸!'
무현은 내심 땅을 치고 통탄한다. 실전(實戰)의 경험이 적었던 자신이 무림인을 상대로 호기(豪氣)를 부렸던 것이다. 그 위기의 순간에 수 만가지 상념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리운 산하(山河)와 어진 백성들.
볼모의 몸이 되어 이국(異國)으로 향하던 자신을 위해 통곡하던 금수강산.
그 아름다운 동방왕국(東邦王國)은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억울한 것은 심양성의 굴욕과 수모를 만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현은 눈을 감았다.
섬광의 줄기가 그의 목을 노리고 쇄도해 왔기 때문이다. 폭갈이 울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물러서라…"
이소야는 출수했다.
그의 동작은 상상을 불허하는 빠름으로 흡사 번개를 보는 듯 하다. 무현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이소야의 손짓에 따라 그의 몸은 일 장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 무현을 노리던 칼끝이 이소야의 목을 노리고 쇄도해 왔다. 이소야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는 고수였고 고수는 어느 순간에도 자신을 유지한다. 단지 그는 방어를 위해 칼을 뽑았을 뿐이다. 타탕 하는 기음이 돌출되며 새파란 불꽃이 어둠속에서 피어났다.
"으윽…"
신음과 함께 전사 한 명이 수중의 칼을 떨구고 있었다. 단지 충돌 했을 뿐이건만 그의 손아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깊이 찢겨진 것이다.
이소야는 다시 경고한다.
"기어코 원한다면 크게 살생을 범하리라."
칼을 움켜쥐고 천하를 굽어 보는 듯한 이 사내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위압감이 느껴진다. 의 수장은 심오한 눈빛으로 이소야의 전신을 훑어보고 있었다.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은 것이다. 그의 시선은 이제 이소야의 후미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무현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무현은 위기를 간신히 넘긴 상황이라 아직도 긴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불안한 신색. 이소야가 수장의 불길한 눈빛을 목격하고 대처 하려는 순간,
"잡아랏…"
암흑의 공간에서 터지는 목청과 함께 희뿌연 물체가 하늘을 덮고 쏟아져 내렸다. 피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