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 25시]'주중 낮경기가 미워요'
기사입력 1996년 06월 05일 15시 46분
6일은 현충일.
모든 국민이 바쁜 일손을 놓고 순국선열들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갖는 뜻깊은 날인 동시에 직장인들에겐 오랜만에 맞보는 달콤한 휴식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주중 공휴일이 선수들에겐 더없이 `곤혹'스런 날이다.
는 7월중순부터 한달 동안 혹서기를 제외하곤 주중에는 저녁 6시30분, 주말에는 낮 2시에 시작된다.
단, 주중이라도 법정 공휴일에는 낮 2시부터 열린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공휴일 낮경기의 가장 큰 이유는 관중동원과 방송사들의 TV 중계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주중 낮경기 때문에 초주검이 된다는 사실을 관중동원에만 혈안이 된 구단 고위관계자들이나 방송사의 편리에만 급급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밤경기를 치른 선수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대략 자정 전후.
일반적으로 다음날 낮경기로 이어질 경우 홈팀 선수들은 아침 10시를 전후해 운동장에 도착한다.
결국 잘해야 6~7시간 정도밖에 잠잘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마침 이동일인 금요일과 겹친 지난달 24일의 부처님 오신날은 주중 낮경기가 갖는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실례였다.
전날 잠실에서 롯데와 밤경기를 가진 OB 선수들이 삼성과의 경기를 위해 대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였다.
고작 3~4시간의 새우잠만으로 휴식을 마친 OB 선수들은 야구장에 도착해서도 정신이 몽롱한 모습이었다.
당시 OB 감독은 "도대체 이런 식의 대회운영이 어디 있냐"며 "5월 이후에는 무조건 전 경기를 밤에 치러야 한다"고 분개했었다.
무엇보다 간과해서 안될 점은 이와같은 주중 공휴일의 낮경기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프로다운 경기내용을 펼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프로경기에서 피로에 지친 선수들이 실책을 연발하고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다면 그것이 관중동원과 발전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