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코후비는 임금과 신하
기사입력 1996년 06월 05일 15시 12분
아시는 분은 말 안해도 아실 것이지만, 모르시는 분은 이야기해 드릴테니까 지금부터라도 아시기 바란다. 필자는 학생시절부터 품격(?)높은 방송코미디를 써왔던 코미디작가라는 것이다.
나도 즐겨 썼던 코미디 최대의 맛은 `가진자'에 대한 풍자이다.
부자, 권력가, 인텔리… 등에 대한 실수유도, 치부공격, 이면공개가 그 어떤 것보다 속이 후련해 지는 법이다. 돈없는 백성들이나 반장도 못해 본 평민들 또 무식쟁이들은 부자나 왕이나 박사들이 비록 극중에서나마 형편없는 사람화 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왕이 문지방에 얼굴이 낀다거나 총장님 입가에 짜장면 국물이 묻는다거나 이 지게 놓고 A자도 모르거나 하는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코미디에서 `가진 자에 대한 풍자'가 사라지고 없다. 외압이 있는 것은 아닐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임금이 코를 후빈다고 생각해 보자.
벌써 시원해지지 않는가!
코를 후비는 버릇을 가진 임금이 있었다.
모두들 본체만체 했지만 심지 굳은 그 신하는 직언을 했다.
"마마! 천한 백성들이나 하는 짓을 그만 두시옵소서! 부디 체통을 고려하시기 바라나이다." 그러나 임금은 "대감, 심심할 때 이것보다 더 재玖는 일이 또 있는 줄 아오? 대감도 한 번 해 보시구려!"라며 말을 듣지 않았다. 그날 궁궐서 퇴근한 대감은 저녁 밥상을 물린 뒤 TV를 보다가 문득 코를 후씁다. 아닌게 아니라 그 재미란(코를 살살 후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것을 본 부인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대감! 이 무슨 해괴한 짓이오니까? 사대부의 체통을 지키시옵소서!"
그러자 신하는 "어명이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