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쓰는 ML메시지]
기사입력 1996년 06월 04일 18시 47분
**입양아 '코리안 긍지' 위해 최선 지난 주말 에서 나는 참으로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지역의 입양아들 30여명이 의 홈구장인 스타디움으로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같은 한국인이면서 미국식 성과 이름을 가진 그들은 나를 만나 아주 반가워했고, 구김살 없는 그들의 모습에 나 또한 아주 기뻤다.
나는 의 구원투수로 2이닝을 던지면서 그들을 생각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삼진을 4개 빼앗았다.
2년전 미국에 와 의 더블A 미션스팀에서 야구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입양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전까지는 입양아에 대해 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한장의 편지를 받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당시 통역이 읽어 준 그 편지는 한 입양아의 부모로부터 온 편지였다.
자기들이 입양한 아이가 6세인데 평소 말도 없고 항상 침울한 편이었는데 어느 날 신문에서 `Korean Chan-Ho Park'의 기사를 보고는 크게 관심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 후로는 내 이야기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면 크게 기뻐하며 관심을 가졌고, 이야기 조차 꺼려했던 양부모와도 기쁜 표정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미들랜드라는 작은 도시로 경기를 하러 갔을 때도 한 미국인 부부가 다섯살짜리 입양아를 데리고 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성장한 청소년들도 경기장을 찾아와 나를 응원하며 자기들이 입양아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록 더블A에서 처음 미국 야구를 배우는 풋내기에 불과했지만 나를 지켜보는 많은 입양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자극과 함께 일종의 의무감을 갖게 했다.
작년에 트리플A 알바카키에서 뛸 때도 그렇고 로 올라온 요즘도 그렇고 내가 받는 팬 레터의 절반 이상이 입양아들이거나 그들의 부모에게서 온 것들이다.
그런 편지들이 오면 내 카드에 사인을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내가 열심히 뛰는 모습이 입양아들에게 힘을 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하다.
시즌 초 인터뷰를 했던 일간지 USA 투데이의 도티 엔리코 기자도 나에게 입양아 팬들이 많다는 말에 자신도 입양아라면서 아주 반가워했었다.
미국의 곳곳에서 나를 지켜봐 주고 성원해 주는 입양아들은 나와 같은 피가 흐르는 동족이며 한국인이다.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