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유치비화] 아벨란제와 일본의 '밀월'
기사입력 1996년 06월 04일 18시 34분
**86년 첫 월드컵 개최 권유 발언
아벨란제 (회장) 회장의 친일(親日)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인 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컵이 끝난 직후인 9월 어느날 을 방문한 아벨란제 회장은 당시 축구협회전무였던 무라타 다다오에게 "2002년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개최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을 염두해둔 발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만일 당시 아벨란제 회장의 권유가 없었다면 은 월드컵 개최는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란게 축구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89년 프로리그 활성화 위원회에서 프로리그를 창설키로 하고 4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93년 드디어 J리그를 출범시킨 것도 모두 월드컵유치를 위한 사전포석이었다.
은 그해 11월 무라타 다다오 전무가 를 방문, 2002년 월드컵 개최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아벨란제 회장과의 본격적인 밀월이 시작된다.
이 의 `돈줄'로서 위력을 과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한국이 아벨란제의 친일성향을 깨닫게 된 것은 유치활동이 본격화된 94년 3월.
그전에 한국은 아벨란제의 `친일 고리'를 끊을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스스로 반납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93년 말부터 아벨란제의 한 측근이 `월드컵 유치'를 빌미로 한국에 접근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차단해버린 것이다.
의 축구전문가였던 그가 당시 한국에 제의한 것은 `이 한국축구의 수준을 높이는데 책임을 지겠으니 이에 합당한 수업료를 내라'는 것이었다.
그 형식은 축구꿈나무들의 유학과 강사들에 의한 축구교실, 유명팀 방한경기 등 연 수십억원에 이르는 장기적인 축구발전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당시까지 아벨란제의 친일성향이 지금처럼 노골적인지는 미처 몰랐고 그 관계자를 축구사업으로 한몫을 챙기려는 사람으로 의심, 결국 퇴짜를 놓게 된다.
그후 대한축구협회는 그 사람이 아벨란제에게 상당한 신임을 받고있던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됐지만 이미 기차는 지나간 뒤였다.
이때가 아마도 한국이 아벨란제의 친일성향을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만일 그 당시 한국이 의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2002년 월드컵 유치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