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운]지칠줄 모르는 '적토마'

기사입력 1996년 06월 04일 17시 40분


**'6개월정성' 공개될날 기다린다. 한국 월드컵 유치위원회가 지난 1일(현지시간) 2002년 월드컵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꽁꽁 숨겨뒀던 `보따리'가 있었다. 다름아닌 12분짜리 홍보용 비디오 테이프이다.

집행위원들을 상대로한 한-일 양국의 월드컵 유치 설명회에서 공개 예정이었던 한국의 `히든 카드'였다. 비록 공동개최로 판가름나는 바람에 설명회 자체가 무산돼, 뚜껑을 열어 보지도 못했지만 유치위원회는 이 테이프를 제작하기 위해 지난 6개월여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여왔다. 투표를 앞둔 결정적인 순간에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3분40초 동안의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 알토란 같은 내용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대통령의 `호소문'은 `월드컵을 통한 세계 평화 실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유치위 홍보대행사인 메리트()와 은 를 수시로 드나들어야 했다. 김대통령의 `코디'에서부터 적절한 장소선택및 분위기 연출을 위해서였다.

워낙 대중앞에 많이 서봐서인지 김대통령은 별 `엔지'없이 무난히 녹화를 마쳤다는 후문. 이밖에 살아있는 축구 전설 스탠리경()과 푸스카스(), 월드스타 바조()와 클린스만(독일)의 한국지지 메시지도 담겨 있다. 여기에도 유치위는 막대한 재원을 투자했다. 현지 촬영 때문이었다.

바조와 클린스만이 수많은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I LOVE FOOTBALL! I LOVE KOREA!"를 외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다분히 유럽표를 겨냥한 냄새가 짙지만 와 남미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아 각 대륙 소속의 국내용병들도 대거 등장시켰다. 특히 90년 남북통일 축구와 91세계청소년 남-북 단일팀 등 남-북 축구 교류에 관한 내용이 집중돼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유치위 관계자들은 "홍보용 테이프의 백미는 모두의 대통령 `호소문' "이었다고 말한다. 전체 시간의 3분의 1 가량을 할애한 것이 그 비중을 말해준다.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를 통해 막판 `부동표 흡수'에 기대를 갖고 있었던게 유치위의 속내였다. "한번 멋지게 공개하고 싶었는데…."

비디오 테이프의 제작에 참여한 메리트사의 한 관계자는 "언젠가 이 테이프가 공개되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을 자신이 있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