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초단 ●김영삼2단=본선토너먼트 제1국
기사입력 1996년 06월 04일 17시 13분
**승리 확신한 백 "싸움은 이제 그만" 제12보(111~130)=화끈하게 달아올랐던 승부의 열기는 이미 차갑게 식어버렸다. 흑 111을 본 소년은 별 생각 없이 백 112로 하나 밀고 백 114에 젖혀나간다. 흑 115로 끊어 으름장을 놓아도 두려워 하는 기색이 없다. 3분 정도 두눈을 깜박이며 지그시 바라보다가 침착하게 백 116. 역시 흑의 포위망은 어설프다. 얼핏 보면
흑 1로 밀어올리는 강수가 통할 것 같지만 백 2에 젖혀 흑 3으로 끊을 때 백 4, 6이면 잡히지 않는다. 흑 A로 몰아 백 한점을 잡는 수가 없으므로 흑의 움직임은 여전히 무겁고 아래쪽 백은 언제든 B의 곳을 젖히는 선수로 삶을 확인할 수 있다.
흑 117은 요소. 우변 백집의 확장을 견제하면서 중앙 흑 석점을 움직이기 위한 사전공작이다. 백 118, 120. 승리를 확신한 소년은 분쟁을 피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중앙 흑을 방출시켜주고 그 대가로 하변에 터를 잡는다.
흑●는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남 주자니 아까운 계륵(鷄肋)'이란 말 그대로 넘겨주자니 불어나는 중앙 백의 위세를 감당하기 힘들고 살려내자니 아무런 득도 없이 몸만 무겁다.
그래도 청년은 흑 121, 123으로 이끌어나온다. 117, 119 때 마음을 굳힌 터, 하변까지 내준 뒤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지 않는가.
흑 127, 129는 백이 손을 뺄 격우 흑 `가'로 한점을 생환해오는 맛이 남는 요소. 게을리 하면 거꾸로 백 `나'를 당해 우하귀가 형편 없이 오그라든다. 소년은 총총히 우상쪽으로 달려가 백 130으로 꽉 잇는다. 이미 보아둔 반상최대의 곳. 흑 `다'로 끊어먹는 것과 비교하면 안팎 20집에 해당하는 큰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