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25)
기사입력 1996년 06월 04일 16시 51분
**이소야의 외침이 벽력처럼 … "헉" 기겁을 하는 무현.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흙더미속에서 섬광이 폭사된다. 실로 무자비하고 날카로운 공격.
그러나 무현을 보호하고 있는 사내는 범상치 않은 내력의 소유자가 아니던가.
이소야는 한 팔로 무현의 허리를 감싸 안는 동시에 등천비룡(登天飛龍)의 신법으로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이야압!"
밤의 적막을 꿰뚫으며 이소야의 우렁찬 기합성이 울려 퍼졌다. 흙더미를 뚫고 솟구친 인물들은 멈추지 않고 쇄도해 왔다.
짐승 가죽옷의 전사(戰士)들.
그들은 도끼와 낫, 그리고 장창(長槍)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이소야는 무현을 보호하며 앞으로 나선다.
"강호의 은원(恩怨)이란 바닥의 물이 튀어서도 생긴다고는 했지만 그대들은 무슨 원한이 있는가?"
인 한 명이 싸늘한 외침을 토했다.
"우리의 땅을 허락없이 밟은 이상 용서할 수 없다."
수장(首長)으로 보이는 인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창을 휘둘러왔다. 그의 움직임은 바람처럼 빠르다.
위윙 하는 파공성이 칼끝 처럼 날카로웠다.
이소야가 검을 뽑아서 반격을 시도 하려는 순간 무현왕자가 갑자기 패검(佩劍)을 비스듬히 날리며 인을 가로 막는다.
무현의 발걸음은 날렵 하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패검으로 전개하는 초식은 변화가 무궁하였고 빨랐다.
무현은 의 전사가 주춤거리자 더욱 기세등등하게 공격을 개시했다. 무림의 고수로 손색이 없는 무예였다.
이소야는 맹공을 퍼붓는 무현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린다. 과거 동방산장에서 부친으로부터 무예를 연마하던 시절이 떠오른 것이다.
지금 무현왕자가 전개하는 검법은 동방왕가의 궁중무예(宮中武藝)로 이소야가 그의 나이 불과 칠세때 수련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의 수장은 일단 수세에 몰리자 방어를 하느라 쩔쩔매고 있었다.
무현왕자는 대황의 제일고수인 이소야가 보고 있는 앞이라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무술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거침없는 공격은 멈출줄을 몰랐다.
차창! 병기의 충돌음이 고막을 어지럽혔다.
그러나 다른 의 전사들은 대열을 흐뜨리지 않고 그들의 격돌을 주시 하고만 있었다.
문득 이소야는 그들의 태연자약(泰然自若)한 행동에 의구심을 느낀다.
`어째서 그들은 수장의 위험을 방관만 하고 있을까?'
이때, 기선을 제압하고 있던 무현은 궁중무예의 결정적인 초식을 전개하기 위해 패검에 공력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쓰러져랏!"
무현은 일갈을 토하며 패검을 종횡(縱橫)으로 난무한다. 동시에 수장의 정면으로 은어처럼 솟아 올랐다. 단숨에 제압할 심산.
그러나 언제든지 세상일이란 단순하지 않다. 바로 이소야의 외침이 그 뒤를 벽력처럼 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