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KBO총재' 또 낙하산인가
기사입력 1996년 06월 03일 15시 23분
`2배의 기쁨'을 누려야 할 한국이 `반쪽의 승리'에 만족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말해 한국의 월드컵 단독개최가 안된 이유는 ()의 아벨란제 회장이라는 `독재자'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려 22년을 세계 축구 최고의 자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그가 단독개최에서 갑자기 공동개최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부회장을 필두로 한 이른바 `개혁 세력'들의 `민주화 요구'에 더 버틸수 없었던 것이다.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민주화의 선봉에 서 개혁을 이루는 자랑스런 한국 스포츠의 또다른 곳에는 부끄러운 얼굴이 있다. 다름 아닌 한국야구위원회(KBO)다.
한국 를 총 관장하는 이곳의 총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뽑은 적이 없다. 언제 부터인가 이자리는 `내정' `추대' `임명' 등 민주적이지 못한 단어들에 의해 더럽혀져 왔다. KBO는 정부의 기구도 아니다.
여당 기구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KBO의 총재자리는 항상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앉는다.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를 출범시킨 5공은 초대 총재에 서종철씨를 임명했다. 야구 정관에는 총재는 구단주 총회에서 재적위원 이상 찬성으로 선출한 뒤 감독청인 의 승인을 얻어 취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구단주 총회는 항상 요식행위만 할뿐 그들의 입김에 의해 총재가 선출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가 승인을 거부한 적도 물론 없었다.
1~2대 서종철, 3~4대 이웅희총재가 11년6개월동안 맡아 5~6공 시절을 보낸 KBO도 민주화와 함께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섰는데도 KBO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KBO총재 자리는 바람잘날이 없는 `대기소'가 되어버렸다.
92년5월 취임한 이상훈 전국방장관은 율곡비리에 연루돼 1년2개월만에 물러났다.
그 뒤 KBO 총재 자리는 4개월 넘게 공석이었다.
한달이내에 새 총재를 선출해야할 구단주 총회는 `정부의 지침'도 없을뿐만 아니라 총재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공석으로 놔 두었던 것이다. 6대 총재에는 대전 엑스포조직위원장을 지낸 오명씨가 지명되었다가 25일만에 건설교통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 다음이 권영해씨였는데 안기부장이라는 요직을 맡아 떠났고 8대 김기춘총재도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떠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기 3년의 총재자리에 벌써 3명이 거쳤고 또다른 사람이 올 것이라고 한다.
KBO 총재 자리는 `철새 도래지'가 아니다.
진정 를 위하고 발전시킬수 있는 사람이 앉아 높은 질의 야구가 될수 있도록 충실한 지원을 해야 한다.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을 용기는 없는지…. < 야구부장 신상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