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홍] '소개팅 해보는 게 소원'

기사입력 1996년 06월 03일 15시 02분


** 드라마선 순박한 조선처녀 ** 배꼽티 입으면 X세대 변신 "저도 알고보면 깜찍한 X세대예요."

탤런트 (20)은 두얼굴을 갖고 있다.

SBS TV 사극 `만강'에서 비련의 처녀 `순금이'를 연기할 때는 영락없는 조선시대의 순박한 천민 아가씨.

그러나 거무튀튀한 분장을 지우고 남루한 치마저고리 대신 최신 유행 배꼽티를 입으면 "소개팅 한번 해보는게 소원"이라는 투정이 어울리는 발랄한 대학( 연영과) 2년생이다.

장충초등학교 5학년때인 지난 88년 TV `토지'에서 어린 서희역으로 데뷔했으니 연기생활 9년째를 맞는 `중견'. 하지만 `만강'의 연출을 맡고 있는 김재순PD에게 "날마다 연기못한다고 꾸중을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엄살이다.

은 아역출신 연기자들이 넘어야하는 성인식을 지난해 TV 6.25 특집극 `칠갑산'에서 통과했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나이를 소화하며 아이를 둘이나 낳는 혼신의 연기를 펼친 것.

그러나 `만강'에서는 더 힘든 일을 치렀다. 주인집 도령 달서(안태랑)에게 겁탈을 당하는 장면을 위해 약간의 신체노출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앞에 서야만 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연기라 겁이나 연출과 카메라, 조명만 참석한다는 조건으로 촬영을 했는데 불쌍한 순금의 처지를 떠올리니 저절로 눈물이 나와 별다른 NG없이 무난히 끝냈다.

극중 순금은 결국 하인 억쇠에게 시집가 고생을 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녀가 갖고 있는 한과 슬픔을 표현하기가 녹록지 않지만 가만히 `나는 순금이다'를 되뇌다 보면 감정이입이 저절로 된단다.

순금의 역할이 마음에 들지만 다음에는 나이에 걸맞은 발랄한 역할을 멋지게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