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일 영원한 라이벌
기사입력 1996년 06월 01일 14시 53분
## "다른것은 다져도 축구만은…" 한국에 있어 축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로 존재해왔다. 특히 라이벌 을 상대할 때엔 국민들의 심정을 대변했고, 혼을 담아냈다.
"다른 것은 다 져도 축구만큼은 이긴다"라는 말이 체육계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축구는 을 혼내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역대 한-일간의 공식적인 첫 대결은 1926년 1월4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9회 전일본중등학교 축구선수권대회로 배재고보와 미카게사범과의 대결이었다. 여기서 배재고보는 0대3으로 완패했다.
한-일 대표팀간의 첫 경기는 지난 54년 제5회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였다.
경기는 의 규정에 의해 홈 앤드 어웨이로 치르게 돼 있었으나 당시는 국교정상화 전이어서 선수들의 한국 입국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두 차례 모두 에서 치렀는데 홍덕영 정남식 최광석 등이 출전한 한국은 첫 경기서 을 5대1로 대파한 뒤 2차전서 2대2로 무승부, 1승1무로 최초의 월드컵 본선티켓을 차지했다. 이후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72년까지 에 15승7무2패의 압도적인 전적을 쌓았다. 72년 9월14일 에서 제1회 한-일정기전을 개최하면서 한-일 축구는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았다. 그리고 74년 제3회 정기전서 1대4로 대패한 이후 79년 제7회 정기전서 1대2로 분패할 때까지 한국은 장장 5년간 무패행진을 계속했다. 한국축구의 기술면에서 뿐만아니라 정신력에서도 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를 못했다. "선수들과 공중볼을 다투면 절대로 눈을 감지 않았다"고 회고하는 94 미국월드컵 사령탑 출신의 김 호 수원 삼성감독은 회고한다. 86 월드컵 최종예선은 그야말로 혈전이었다.
85년 10월26일 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정용환과 이태호의 연속골로 2대1로 신승한 한국은 11월3일 서울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도 후반 16분 허정무의 천금같은 득점으로 또다시 1대0으로 승리, 을 제물로 32년만의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뤘다. 그리고 이때부터 한국은 92년까지 7년동안 또다시 을 상대로 무패행진을 이었다. 은 그야말로 한국의 스파링 파트너에 불과했다.
그런 한국에도 시련이 닥쳤다.
92년 8월29일 북경에서 벌어진 제2회 다이너스티컵 결승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한 것이다. 당시 대표팀은 94 미국월드컵을 겨냥하고 있었기에 국민들의 충격은 더없이 컸다.
한국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월드컵 최종예선( 도하)으로까지 이어졌다. 93년 10월25일 미우라 가즈요시에게 한방을 허용, 또다시 무릎을 꿇은 것이다. 결국 천우신조로 본선에 오르긴 했지만 한국축구 100년사에 큰 흠집이었다.
하지만 94년 아시안게임에서의 역전극(3대2)을 계기로 한국축구는 다시 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월 콸라룸푸르에서 벌어진 96 최종예선 결승서 다시 을 2대1로 제압, 한국축구는 변함없이 의 위에 존재함을 재차 확인했다. < 기자 >